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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미래톡톡] “전공자가 아닌 창작자가 되도록 이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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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5-24 16:00 조회1,4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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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전공하겠다는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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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상담: 중2 딸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는 관악부가 유명합니다. 연주실력이 좋아서 지역 내 여러 행사에 초청받기도 하고 정기연주회를 열기도 합니다. 제 딸은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어릴 적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웠습니다. 집에서도 곧잘 몇 시간을 피아노를 치며 놀기도 합니다. 그런 딸에게 중학교 입학식에서 접한 관악부 연주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죠. 당연히 관악부에 들어갔고 트럼펫을 배정받아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쯤부터 트럼펫을 전공으로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저에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펫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딸이 관악부 내에서도 연주는 잘하는 편인가 봅니다. 선생님들도 칭찬을 많이 하신다고 자주 자랑을 하더군요. 아마 관악부 연습을 도와주러 오신 대학생 선생님들이 전공을 하려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를 했던 모양입니다.

예체능을 전공하겠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부모의 심정은 모두 비슷할 겁니다. 우선 돈이 많이 들 텐데 하는 걱정이죠. 그리고 먹고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큽니다.  당장 아이 아빠는 “그거 해서 뭐하게?” 이런 반응이었고요.

사실 제가 고교시절 음악 전공을 했다가 재수를 하면서 공부로 전과를 한 경험이 있어서 저는 여러모로 마음이 심란합니다. 제 경우는 고1까지 성적이 좋은 편이어서 이과를 선택했다가 2학년 때부터 생각보다 성적이 안 나오고 공부에 대한 열정도 식어서 도피처로 고2때 음악을 선택했었습니다. 당연히 실기실력이 부족했고 재수할 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음악적으로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닌 상태에서는 미래가 뻔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아직 해보지도 않고 지레 자신이 공부를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하나의 도피처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염려도 되고, 음악 전공을 시키는 데 대한 비용 부담도 되기도 합니다.

일단 저는 아이에게 전공을 당분간 생각 말고 관악부 활동을 열심히 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첼리스트 장한나를 예로 들며 중고교 시절엔 줄리어드 음악학교를 다녔지만 대학은 하버드 철학과를 갔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어떤 일을 하든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말이 더욱 부담스러운가봅니다. 공부도 잘하고 음악도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나봐요. 아이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면서 정작 속 시원히 지원해주지 못하는 이율배반적인 제 모습이 혼란스럽습니다. 

▶톡톡 답변: 영희(가명) 어머님, 사연을 읽어 내려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면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 듯 계속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풀어내려 해도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조차 찾을 수 없을 듯 보입니다. 집안에 유명한 음악가로서의 전통이나 내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먹고 살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음악 실컷 해도 된다고 말해줄 만큼 재력이 있지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 그저 부모 가슴 덜컥하는 자녀의 꿈이 될 겁니다. 힘들겠지만 한 가지씩 짚어보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평범한 가정에서 누군가, 음악가로서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하면 걱정과 염려의 시선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반대로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평범한 가정에서 누군가, 공무원시험을 보겠다고 하면 ‘어렵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라’는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뒷바라지 해 줄 테니 도전해보라’고 말해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명료합니다. ‘안전에 대한 욕구’ 때문입니다. 안전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중간지점을 찾는 겁니다. 아래도 아니고 위도 아닌 딱 중간만큼만 하는 것이지요.

영희는 지금 중2입니다. 사춘기가 빨라진 요즘 중2여학생이라면, 더구나 관악부 활동을 하면서 대학생 전공자들과 마주한 경험이 있는 아이라면, 중간지점에 안착하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일 겁니다. 그리고 대학생 전공자들이 말해주는 준비사항을 미리 해야 한다는 다급함도 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희가 어머님께 트럼펫을 전공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다급함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겠지요.

지금 시점에서 영희에게 중요한 것은 ‘지원’이 아니라 ‘허락’입니다. 유명 교수에게 레슨을 받아야 하고, 어떤 콩쿠르에 나가 수상해야 하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외국 대학에 유학 정도는 다녀와야 하고, 또 이 모든 것들을 지원해 주자니 부담으로 다가오고 그러시겠죠. 하지만 분명 짚고 넘어갈 사안이 있습니다. 영희가 지금 부모님께 요청한 것은 레슨비가 아닙니다. 유학비가 아닙니다. 그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해도 되겠냐고 묻는 겁니다.

그럼 이렇게 되묻고 싶으실 겁니다. 일단 허락했다가 나중에 지원을 못해주면 어떻게 하냐고 말이지요. 영희도 어머님 못지않게 두려움을 안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원은커녕 ‘허락’해주는 사람조차 없다면 영희의 두려움은 그대로 혼자 끌어안고 가야 하는 몫이 됩니다. 사춘기 자녀가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았고, 가고 싶은 길을 보았을 때, 그 앞에 맨 처음 부모가 막고 서 있었다는 기억을 자녀에게 주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부모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대한민국 부모님들은 참 대단하십니다. 얼마든지 아낌없이 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자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제 그 부담에서 벗어날 시선이 필요합니다. 지원은 꼭 부모만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녀를 자유롭지 못하게 합니다. 지원은 지원자 스스로가 부모가 아닌 타인에게 요청해도 됩니다. 자신만의 사연과 원의를 담은 편지를 쓸 용기만 있다면, 영희는 뜻하지 않은 지원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 어려운 내용의 편지가 아닙니다. “당신에게 레슨을 받고 싶습니다. 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바랍니다.” “당신에게 유학비 후원을 받고 싶습니다. 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바랍니다.” 이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스토리 펀딩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이는 아주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자녀가 타인에게 무언가 지원받고자 요청하는 용기를 갖기 위해서는, 부모에게 허락받는 첫 번째 관문이 필요합니다. 그 기억은 타인에게 요청하는 용기가 됩니다. 그리고 영희가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을 때, 또 다른 누군가의 후원자가 되어줄 겁니다.

저는 음악, 미술을 꿈꾸는 모든 영희에게 직접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전공자가 되지 말고 창작자가 되어라”는 말입니다. 전공자는 어떻게 보면 쉬운 길입니다. 왜냐하면 정해진 순서와 절차를 밟기만 하면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창작자는 다릅니다. 정해진 수순과 절차를 밟는다고 멋진 창작품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창작품을 만들기에 몰두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창작품을 외부에 드러내야 합니다. 더 나아가 그 작품을 팔아야 합니다. 누군가 그 작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합니다.

영희에게는 멋진 트럼펫 창작 연주 앨범이 되겠지요. 예술가는 단지 음악적 영감에 빠져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예술 작품을 내놓고 누군가 사가기를 기다리는 거리의 상인입니다. 상인은 자신의 상품이 최상품이고,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공식적인 라인, 비공식적인 라인 가리지 말고 접근하기 바랍니다. 대회가 있으면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틈틈이 유튜브에 자신의 창작곡을 올리고, 유명 앨범회사에 자신의 트럼펫연주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는 등 모든 것을 해보기 바랍니다. 영희가 작곡하고 연주한 곡이 어느 영화음악으로 세상에 드러나기를 꿈꾸기 바랍니다. 악보대로 정확히 연주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인공지능보다 더 정확하게 연주하는 음악가는 없습니다. 정말 음악가로 살고 싶다면, 트럼펫 연주자가 아닌, 트럼펫 연주곡의 창작자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자신의 창작곡만큼 음악가로서 살아가는 든든한 지원자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희 어머님, 영희가 공부에 대한 회피로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염려는 내려놓아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피로 선택했다면 그리 오래 가지 못 할 겁니다. 웬만한 중2 사춘기 청소년이라면 회피보다는 일단 마주치는 쪽을 선택합니다. 영희가 마주한 첫 번째 용기 있는 대면을 ‘회피’라고 말하는 순간, 영희의 자존감이 낮아지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든 우리 딸은 ‘회피’가 아님을 먼저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힘들면 잠시 쉬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건 일을 ‘회피’로 장난하는 어리석은 청소년은 없습니다.

어머님도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어떤 길이든 영희는 걸어갈 것이고,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알아차린 사람입니다. 행복한 따님을 두신 걸 축하드립니다.

 

[글쓴이] 김선호 유석초 교사(《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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