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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자기주도진로] “지구상 가장 올가닉(organic)한 땅이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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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5-31 14:43 조회1,7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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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 대비 박요셉 요벨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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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는 농부입니다.”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하는 청년농부 박요셉 요벨팜 대표(38)는 함경북도 출신이다. 그는 열아홉 살이던 1999년 중국으로 탈북해 베트남, 캄보디아를 거쳐 2004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된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4월 26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새터민 청년농부 요셉 씨를 만났다. 그는 2000년 6월15일 중국 땅에서 가슴 졸이며 지켜봤던 남북정상회담(김대중-김정일) 이후 통일이 된 한반도를 그리며 자신만의 꿈을 키워왔고 2018년 4월27일 한국과 북한의 두 지도자(문재인-김정은)의 만남을 앞두고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고 전했다.

■ 호기심 많은 ‘장마당 세대’ 시행착오 끝 한국 정착

요셉 씨는 고등학생이던 열여섯 살부터 소위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아이템은 고향의 특산물인 송이버섯. 제철인 2~3주 만 캘 수 있는 송이버섯을 산에서 캐오는 이들에게 10~20㎏ 정도 사서 기차로 2시간 거리 국경지대에 가 중국 바이어에게 팔았다. 이 과정을 당일치기로 여러 번 반복하다보면 1년은 거뜬히 먹고살 정도의 수입을 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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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던 함경도 쪽은 동유럽국가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국가의 식량공급 시스템이 끊겼습니다. 1994년 김일성 사후 궁핍함이 더 심해졌고 홍수 피해까지 겹쳐 인명 피해도 컸었습니다. 북한의 1990년대 중반을 ‘고난의 행군’시기라고 표현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물물교환 시장이 더욱 더 활성화 됐었죠. 사람들은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장마당 세대’의 비즈니스 감각과 도전정신,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요셉 씨는 1999년 중국으로 탈북했다. 더 큰 세상에서 성공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중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아니, 1999년부터 2000년까지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고 고백한다. 언어도 익숙하지 못했고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조선족 농장에서 급여도 못 받으며 목동으로 일하며, 못 사는 나라 출신이라는 이유로 핍박도 많이 받았다. 2000년 6월15일 김대중 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돼 조만간 통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2003년 11월 베트남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중국 산둥성에서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매니저로, 유흥업소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기 일쑤였다. 20대 초반 부푼 꿈을 안고 중국으로 건너온 탈북 청년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고 매일 술에 의존하는 피폐한 삶을 살았다.

“문득 ‘내가 이런 삶을 살려고 북한에서 나온 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책을 읽으며 기록했던 수첩 속에 ‘생선을 싼 종이에는 비린내가 나고, 꽃을 싼 종이에는 향기가 난다’ 글귀를 읽고는 자신이 무척 한심했습니다. 그래서 일이 끝나고 난 후 PC방에 가서는 인터넷으로 많은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한국으로 탈북한 사람들 뉴스를 보면서 한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자유를 갈망했고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싶다는 바람이 가슴 속에 차올랐다. 결국 2003년 한 선교단체의 도움을 받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경유해 2004년 한국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한국생활은 중국에서보다 낯설고 힘들었다.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 가구배달, 호프집 알바, 물류회사 창고정리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가리지 않고 했다. 하지만 지식이 없으면 평생 막노동밖에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슈(tissue)’라는 단어조차 몰라 무시당했던 때를 떠올리며 요셉 씨는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때 만났던 새터민 중 두 부류의 형들이 있었어요. 한 사람은 직업 없이 탈북자들의 브로커 역할을 했었고 한 사람은 숭실대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었어요. 왠지 대학 다니는 형의 삶이 신사답고 멋있게 느껴졌고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북한이탈청소년들의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 대학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자신의 이전 경력을 바탕으로 호텔경영, 중국어과, 수의학과 세 가지 전공을 놓고 고민했고, 서강대 경영학과, 외대 중국어과, 건대 수의학과에 입시 원서를 넣었다. 재외국민전형(새터민전형)으로 2006년 건국대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6년간 F학점을 받지 않아야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기에 대학생활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탈북과정에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또 한국에 들어와서도 가장 힘든 일은 모든 의사결정을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저에겐 가장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발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덕분에 지금은 의사결정을 굉장히 빨리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청년들은 결혼 후에도 부모의 그늘 아래 있을 정도로 의존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자기 의사대로 판단하는 훈련, 습관은 진로를 찾아가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는 너무 극단적인 사례지만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닌 이상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의사결정은 스스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수의사의 길 대신 새터민 돕는 농업스타트업 대표로

6년간 수의학 공부를 마치고 수의사 자격시험을 봤지만 불합격했다. 재도전을 고민하던 중 과연 자신에게 수의사 면허증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행과 대인관계 맺기를 좋아하던 요셉 씨는 수의대 시절에도 실습 때문에 병원에 묶여 있는 것이 싫었다. 농장을 돌아다니고 동물을 치료하는 일 역시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시험에는 더 이상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수의사 대신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나와 비슷한 처지의 새터민 친구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새터민의 자립을 위해서는 농업분야가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 이후 통일준비위원회가 생기는 등 통일 이슈가 뜨거웠던 터라 농협에 통일준비를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금융산업과 농업관련 전국적인 인프라를 가진 농협이 적절한 파트너라 판단했지만 길은 다른 곳에서 열렸다. 당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탈북민들의 창업을 도와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던 권선주 행장의 관심 덕분인지 기업은행이 그의 제안을 받아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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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요벨을 설립하고 지인들의 투자를 받아 기업은행 사내 카페 2곳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요벨은 히브리어로 어원 자체가 ‘회복하다, 자유하다’라는 2가지 뜻을 담고 있는데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겠다는 요셉 씨의 비전을 담고 있다. (2015년 기업은행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아내를 만났고 2016년에 결혼했다.)

송이버섯을 팔아 높은 수입을 올리던 그의 카페운영 성적표는 어떨까. 첫해 5000만원 적자, 2016년에는 2000만원 적자, 2017년에는 600만~1000만원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다. 카페에서 매일 고객을 상대하는 비즈니스는 북한에서 했던 장사와는 다른 차원이었다. 또 팀을 꾸려서 인사, 재무관리, 고객관리까지 경영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새터민 친구들의 자립을 돕기에 역부족인 측면도 있었다. 가족해체·탈북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 이방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현실, 분단, 경계인 등 생각보다 더 큰 사회문제들이 있었던 것이다. 다양한 이슈를 안고 살아가는 새터민들에게 일자리만 제공한다고 해서 정서적·경제적 자립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안 된 상태에서 한남동 카페에서 일하던 한 친구가 고객을 상대하는 일을 힘들어하는 것을 봤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의 새터민에게는 서비스업이 심한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농업으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어떤 농업을 해야 할까?’ 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새터민들에게 힐링이 되고, 한국사회에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통일됐을 때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아야 했다. 통일된 한반도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유기농업을 넘어선 순환농업, 즉 생태순환농업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저는 항상 통일이 됐을 때 어떤 나라가 되면 좋을까를 상상합니다. 스위스처럼 중립국이면서 농업, 관광, 금융도 발전된 그런 나라를 꿈꿉니다. 특히 농업분야에서 우리가 아시아지역에 가치 있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나 화학 비료, 살충제 같은 것을 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요셉 씨는 이에 대한 해답을 북한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타임誌가 2016년 7월 ‘아시아에서 가장 올가닉(organic : 청정한)한 지역’으로 북한을 꼽은 기사를 예로 들며 미국의 경제봉쇄 조치로 인해 북한 땅은 수십 년간 화학물질에 오염되지 않았고 한국에선 사라진 토종 종자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우리는 흔히 나사(NASA)의 위성지도를 보며 ‘불 꺼진 암흑의 땅, 북한’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밤에 불을 끄고 잠을 자야하는 것이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통일이 됐을 때 일본이나 중국에 팔 수 있는 건강한 농산물들을 길러낼 땅이 바로 북한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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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씨는 2017년 8월 농업회사법인 요벨팜을 설립하고 국내 유일한 생태순환축산업 지역인 강원도 평창에서 첫 실험에 착수했다. 6개월 간 돈사 496㎡(150평)를 빌려서 유기농사료를 먹인 돼지 30마리를 키웠다. 일반돼지보다 생산비는 3배가 들었지만 팔 때는 1.5배만 받고 팔다보니 수지가 맞지 않았다. 유기농 돼지고기 소비자가 0.02%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걸림돌이다. 시장을 넓히려면 소비자교육이 필요한데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최근엔 지인이 무상 제공한 경기도 포천으로 농장을 이전해 농법은 생태순환을 고집하되 사료는 일반사료를 먹여서 생산비를 낮추는 실험에 들어갔다. 적정한 수의 돼지와 닭을 건강하게 키워서 가치를 높여볼 생각이다. 또 청년농부의 감각을 더해 브랜딩, 이미지메이킹, 가공, 판매, 소비자교육까지 가능한 팜 투 테이블(Farm-to-Table)형 레스토랑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일단 돼지 50마리, 닭 200~300마리 정도를 키울 계획입니다. 평창에서 했던 유기농 생태순환 실험, 기업은행 사내카페를 운영했던 노하우에다 새롭게 레스토랑 모델까지 넣어서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팜웨딩도 할 수 있고 새터민 친구들의 귀농훈련센터로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요벨팜은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이런 가치를 실험해보는 작은 공동체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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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당 세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 무렵 태어난 북한의 청년 세대를 부르는 말이다. 장마당은 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최악의 기근에 시달린 ‘고난의 행군’ 이후 등장한 북한의 시장이다. 장마당을 처음 만든 건 90년대에 아이들을 부양해야 했던 어른들이었다. 그럼에도 당시의 그 아이들인, 지금의 청년층이 굳이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이유는 이들이 아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시장경제 체제에서 생각하고 자랐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단체 링크(Liberty in North Korea)가 탈북 청년 10여명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 ‘장마당 세대(The Jangmadang Generation)’ 의 제목이기도 하다.

*2016년 7월29일 타임誌 ‘Welcome to Asia’s Latest Organic Retreat: North Korea’: 관련 링크 http://time.com/4427908/north-korea-tourism-travel-china-asia-organic-retreat/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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