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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자기주도진로] 디자이너가 된 인문학도 “관점을 바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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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4-16 15:18 조회1,7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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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풀러 PM겸 디자이너 김영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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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란 외형적인 것보다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일본 스타트업 풀러(fuller) 디자이너 김영빈 씨(34)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정의다.

스무 살의 그는 조선대 일본학과에 입학해 일본어 교사를 꿈꿨다. 하지만 큰 도전 없이 떠난 일본 어학연수에서 그는 극적인 진로전환의 계기를 맞게 된다. 모교로 돌아와 미술대학 복수전공에 도전했고 1년 만에 국제 공모전 레드닷어워드를 수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지바대 공대 소속 디자인매니지먼트 연구생이 됐고 석사과정을 거쳐 일본 IT대기업 사이버에이전트 디자이너가 됐다. 높은 연봉과 명성을 보장하는 대기업이라는 안전망을 과감히 버리고,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 미술대학 복수전공한 인문대생, 일본 지바대 연구생으로

2009년 3월 떠난 어학연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일본학과 학점이 좋았던 영빈 씨는 현지 경험과 회화 실력만 갖추면 일본어 교사로서는 좋은 경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쿄 어학원에서의 첫 날, 그의 이러한 생각은 산산조각 났다. 엔지니어, 헤어디자이너, 디자이너, 경영학도까지… 따로 전공분야가 있는 동료들의 일본어 실력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그때 받은 충격이 제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어요. 저보다 일어를 더 잘하는 그들이 대체 어떤 생각으로 공부를 하는지 궁금했죠. 그날부터 매일 어학원 사람들과 상담을 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 노력했습니다. 아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속에 있는 진짜 나를 찾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연하게도 당시 만났던 사람들 중 디자이너가 유독 많았다. 전문가(Specialist)로서 자기 직업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어느 순간부터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동경하게 됐지만 인문학도가 미술로 전공을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타마미술대학 대학원을 다니던 누나가 있었어요. 한국에선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미술대학원을 가게 됐는지 궁금했죠. 공부를 마치고 귀국 비행기를 타려는 그를 붙잡고는 30분 동안 이야기했어요. 그때 그 누나가 디자인경영이라는 분야가 뜨고 있으니 한번 알아보라고 알려줬습니다. 그 한 마디를 듣는 순간 가슴이 떨렸습니다. 아마 그때가 제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인 것 같아요.”

마침 모교인 조선대 미대에 디자인 매니지먼트 전공이 있었다. 이듬해 1월 면접을 위해 1년을 계획했던 어학연수를 9개월 만에 접고 돌아왔다. 인문대생이 미술대학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실기시험과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과정 또한 만만찮았다. 미대에서는 영빈 씨의 복수전공 허가 여부를 놓고 전체 교수회의를 열 정도로 벌어졌다. 결과는 합격, 인문대생이 미술을 복수전공 하는 조선대 최초 사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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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닷어워드 수상…기회의 문 ‘두드리고 또 두드려라’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지 1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동아리 활동 중 리사이클(재활용)을 주제로 제안한 아이디어가 2010년 레드닷(Reddot)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이다.

“우연히 어머니가 손잡이가 떨어진 쇼핑백을 버리는 모습을 본 후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갑티슈를 처음 쓸 때 뜯어내는 종이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갑티슈처럼 쇼핑백도 끊어진 손잡이를 제거하고 윗부분을 뜯어내어 손잡이처럼 만들면 다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꼬리를 잘라도 다시 자라는 도마뱀에 착안해 ‘리자드백(lizard bag)’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영빈 씨의 리자드백은 ‘리 디자인(re-design)’, ‘씽크 디자인(ThinkDesign)’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삼성 글로벌 디자인 멤버십, LG Japan의 글로벌 디자인 리포터로 참여할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둔 영빈 씨는 일본에서 대학원에 진학해 디자인 매니지먼트 분야를 깊이 공부하고 싶었다.

지바대학교는 일본 대학 중 유일하게 공과대학 내에 디자인매니지먼트 연구실이 있었고 영빈 씨는 이 대학에 가고 싶었다. 조선대 이진열 교수와 지바대 객원교수인 전북대 홍정표 교수의 도움으로 영빈 씨는 와타나베 교수와 독대할 기회를 얻었고, 2011년 4월 지바대 공대 디자인매니지먼트 연구실의 연구생이 될 수 있었다.

어렵게 얻은 기회가 물거품이 될 뻔한 일도 있었다. 2011년 3월17일 도쿄행 항공편을 예약한 영빈 씨는 들뜬 마음으로 친구들과 송별회를 하던 중 날벼락을 맞았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 속보와 함께 쓰나미로 초토화 된 후쿠시마의 처참한 광경이 TV 화면에 펼쳐졌다. 새 출발을 축하하며 흥겨웠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망연자실하며 이대로 못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얻은 기회인지를 복기하면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는 출국을 결사반대했지만 아버지의 응원 덕에 예약한 날짜보다 일주일 연기해서 비행기에 올랐어요. 당시 도쿄로 가는 JAL기 내 한국인 승객은 아마 저밖에 없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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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1년 간 연구생을 거쳐 2012년부터 지바대 공과대학 대학원에서 서비스/프로덕트 디자인 전공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인문학도 출신 디자이너라는 특별한 시선으로 서비스나 제품 디자인에 담긴 인사이트(insight, 통찰)를 보려 노력했다.

대학원 1년차에 또 다시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찾아왔다. 삼성이나 LG같은 국내 대기업 입사를 고려하던 그에게 함께 협업했던 LG전자 재팬 담당 부장이 일본에서 경력을 계속 쌓아갈 것을 권했던 것이다. 상승세를 타는 IT기업에 가고 싶었던 그는 일본 IT기업 ‘사이버에이전트’ 입사를 목표로 정했다.

일본의 대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1년 전에 취업을 확정 짓는다. 비자문제가 걸려 있는 유학생도 일본인과 동등한 조건으로 취업준비를 해야 했다. 이곳에 취업 안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로 영빈 씨는 오로지 그 회사에만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3차례의 면접을 거친 끝에 2013년 1월 사이버에이전트 입사가 확정됐다. 석사 2학년을 마치지 못한 상황이라 남은 1년간 논문을 끝낸 후 입사하는 조건으로 내정된 것이다.

2014년 1월, 사이버에이전트 디자인코스로 입사한 영빈 씨는 3개월간 디자인연수 과정에서 *UX, UI디자인 등 웹디자인 전반을 배웠다. 핵심부서인 광고사업본부에 배치돼 업계 화두인 디지털 마케팅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나이키, 트위터, 캐논,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서 내 유일한 디자이너이자 막내로서 자신의 제안을 실현시킬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슬럼프에 빠진 그에게 지바대 연구생 동기였던 일본인 친구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대학생들에게 레드닷 어워드를 받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영빈씨의 강연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그는 함께 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은 연봉 등 기타 조건이 더 나빠질 수도 있는 모험이었지만 부서이동을 고민하던 그에게 생각해볼 만한 제안이었다.

“그 회사 대표(CEO)와 만난 후 확신이 생겼어요. 풀러(fuller)라는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또 회사 분위기는 어떤지를 느낄 수 있었거든요. 언젠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던 저에게 대표는 내 꿈을 풀러에서 펼쳐보라고 제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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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풀러는 ‘앱에이프(App Ape)’라는 사용자 데이터 기반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모바일 시장 동향을 분석 후 다양한 기업에 제공하는 모바일 앱 분석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영빈 씨는 입사한 지 2달 만에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를 맡게 됐고 이후 4년간 디자이너를 겸직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직원이 50여 명으로 늘었고 외국인 비율도 15%에 이른다. 여러 직군에 글로벌 인재들이 포진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영빈 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조언한다.

“저 또한 10대 시절 꿈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막연하게 지냈던 기억이 납니다. 꿈을 억지로 만들려 하지 말고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며 관심이 가는 분야나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는 외국어 공부를 미리 해두면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 상당히 유리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관련 정보나 서적을 더 잘 찾아볼 수 있고 업계의 유명 인사들을 직접 만나서 의견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외국어를 잘하면 해외에 나가서 일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습니다.”

*UI, UX 디자인: 예전에는 디자이너라면 그래픽 디자인이나 제품 디자인분야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디자이너 직군이 세분화 되면서 사용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소통하는지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시대다. 그 중에서도 UI, UX 디자인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트렌드로 수많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군이다.

UI(User Interface) 디자인은 사용자가 실제로 서비스 및 제품을 통해 마주하게 될 디자인, 레이아웃을 말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와 서비스 사이의 인터페이스 즉, 레이아웃과 구조, 색상과 모양 등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들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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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User Experience) 디자인은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 제품, 시스템 등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는 반응과 행동 같은 경험을 전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서비스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를 전반적으로 구상하고 정보를 수집해 설계하는 모든 사용자 경험을 의미한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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