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정보 | [명사인터뷰] “입시중심 교육에 르네상스운동 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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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4-19 16:14 조회1,680회 댓글0건본문
“르네상스 운동은 유럽이 중세 암흑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도록 했습니다. 마녀사냥이 횡행했던 야만의 시대를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로 극복해 낸 것이죠. 암기중심, 입시중심인 우리나라 교육에도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뇌를 자유롭게 해줘야 새로운 지성이 발현될 수 있으니까요.”
지난 2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일곱 번째 수장을 맡은 성경륭 이사장(64)은 앞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잘 대처하려면 교육 시스템에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9년 설립된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꿈트리를 발행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포함해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26개 국책연구기관의 인사·예산권을 지닌 컨트롤타워이다. 국가발전 의제(agenda)를 발굴, 기획하고 소관 연구 기관들의 연구를 조정해 나라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꿈트리는 지난 7월 10일 26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방향을 지휘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원의 수장으로부터 미래 사회의 변화 양상과 우리의 대처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듣기 위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스마트워크센터를 찾았다.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과 교육의 미래에 대한 성경륭 이사장의 소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현재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직업세계에 뛰어드는 시기는 2030년 전후입니다. 그 때쯤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요? 사회학자로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겠지요.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부분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겁니다. 반면, 관계나 집단, 조직은 변화가 따르겠지요.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관계가 약화되기도 하고 강화되기도 할 겁니다. 특히 과학기술의 측면에서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사람이 손과 머리로 하던 일을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세상이니까요. 유전자편집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됩니다. IQ 500, 수명 500년의 ‘디자이너 베이비(맞춤형 아기)’ 출현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편리한 부분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감시, 감독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완벽한 감시사회의 출현 가능성이죠. 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우리가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차원이 다른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큽니다. 영화 ‘허(her)’에서 인간이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듯 휴먼 인터랙션(Human-Computer Interaction)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겁니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인간과 로봇의 관계, 인간과 반(半)인간의 관계, 인간과 포스트(post)인간의 관계 등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사회과학은 인간 사회의 여러 문제를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앞서 말씀드린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고용이 명확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합니다.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질 겁니다. 빈곤 문제도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더 위험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 봅니다. 고도 기술에 따른 고도 위험의 사회일 가능성이 크겠죠. 다만 모든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말씀하신 세상의 변화, 사회 문제에 대비해서 우리 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먼저 기술적인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겠지요. 큰 흐름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 진출해 능력을 키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필요할 겁니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이 장애인의 장애를 없애줄 수도 있고, 환경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악용하는 이들도 반드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의 대비도 필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윤리·도덕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겁니다. 앞으로 발생할 사회 문제들은 일국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연계와 협조가 있어야 해결이 가능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사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키워야겠지요. 여러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 또한 길러야 할 겁니다.”
-최근 저서《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에서 포용성, 혁신성, 유연성을 강조하시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변화를 주문하셨습니다.
“우리 사회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려면 약자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야 갈등이 완화되고 사회 통합을 이룰 수 있으니까요. 포용성은 이를 위한 큰 원칙입니다. 혁신성은 교육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똑같은 것을 배워 암기하고 시험을 치는 것이 기본 골격입니다. 근원적 질문 없이 달달 외우는 교육이 거의 100년 동안 지속돼 왔습니다. 이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왜곡하고, 방해하고, 억제하는 일입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똑같은 물건을 찍어내듯이 아이들을 똑같이 찍어내면 결코 미래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세포로 구성돼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뇌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가능성과 잠재력을 외면하고 뇌의 아주 조그만 특정 부위만 자극하려는 교육은 앞으로 지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도 자유학기제, 성취평가제, 고교학점제 등으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만.
“점수경쟁 교육에서 벗어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진행되는 다양한 생각과 상상, 활동과 체험은 뇌를 춤추게 합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겁니다. 다양한 경험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키우고, 저마다의 재능을 발견하며, 토론을 통해 인성을 키우는 교육이 미래에 필요한 교육입니다. 창의성을 키우면 혁신이 일어나고, 혁신이 일어나면 경제가 발전합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포용성이 발휘될 여지가 커집니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이런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학기제의 미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회학자로서 두 가지 정도를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자유학기제 이후의 후속 교육 부분입니다. 자유학기제에서 좋은 경험과 활동을 이어가다 다시 입시교육에 매몰돼 지식을 달달 외우게 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겁니다. 이런 측면을 연구적 관점에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그룹과 경험하지 않은 그룹 간 비교 연구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 같네요. 그래야 자유학기제의 영향과 효과에 대한 분석이 가능할 테니까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1920년대부터 장장 70년에 걸쳐 행복에 관해 진행한 종단 연구가 있는데 가히 기념비적인 연구입니다. 자유학기제도 그와 같은 종단 연구가 뒤따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회 산하에 관련 연구원들이 있으니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경륭 이사장은… 1954년 경남 진주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과 행정학을 전공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에서 돌아와 한림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사회학을 가르쳤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며 현실의 사회문제 해결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포용국가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국가 어젠다 설정에 다시 뛰어들었고, 올해 2월 제7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저서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 《복지국가론》, 《국가균형발전의 비전과 전략》 등 10여 권이 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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