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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명사 인터뷰] “과학이야말로 정말 좋아해야 오래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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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4-25 17:12 조회1,7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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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권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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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다음날 주요 포털사이트를 뒤덮은 뉴스 제목이다. ‘대입 수능시험 연기’라는 사상 유래 없는 특단의 조치까지 가져온 지진 공포는 이날 이후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지진 피해는 옆 나라 일본의 일일 뿐이라고 안심했던 우리 국민들에게 지진의 원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증폭된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진 활성단층을 연구하는 지질학자인 강원대 자연과학대학 지질지구물리학부 이희권 교수(63)는 2017년 12월 이후 과학기술분야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대통령께 자문하는 국가 과학기술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꿈트리는 6월 12일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강원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국가자문위원으로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조차 운동화를 신고 나가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는 이 교수는 이날도 조끼와 청바지, 운동화 등 활동적인 차림이었다.

“고교 교과과정 중 지구과학은 천문학, 기상학, 지질학, 해양학 4개 분야를 묶어서 배우고 있죠. 저는 그 중에서 지질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질학자로서 제가 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지진을 일으킬 만한 활성단층을 찾는 것입니다. 과학자의 일은 관찰에서 시작됩니다. 과학자가 되려면 객관적인 관점으로 분석하기를 좋아해야 하며 너무 감성적이어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교수는 지질학의 매력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즐거움’을 꼽았다. 지질학은 지구역사를 밝히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고고인류학의 연대측정과도 비슷하다고도 설명했다. 지질학, 생물분류학 등을 일컬어 시스템과학이라고 일컫는다. 종합과학적인 성격을 띠는 지질학을 연구할 때는 물리나 화학지식도 필요하지만 자연상태에 있는 모든 자료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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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는 연구의 재료가 될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때론 몇 날 며칠 동안 야외에서 지내며 험한 일도 감당해야 합니다. 특히 제가 가르치는 ‘필드 테크닉(Field Techniques)’이라는 과목은 야외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기술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웁니다. 야외에서 가져온 자료를 연구실에서 화학분석 등을 하는 것이 주된 과제입니다.”

이 교수가 과학자가 된 계기는 초등학교 4~5학년 시절 읽은 책 한 권 때문이다.

“정확한 책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바다의 신비’를 주제로 한 책을 읽고 심취했던 적이 있었어요. 하루는 저녁 6시쯤 귀가 길에 책 내용을 골똘히 생각하며 걷다가 할머니가 마중을 나오신 것도 몰라봐서 혼난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지구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과학자의 길로 들어선 이후 학교를 떠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평생 연구에만 매진해 온 천생 학자다. 어린 시절 과학자의 꿈을 가졌다가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돈을 벌기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에 대해 이 교수는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수십 년간 지켜본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을 결정할 때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기보다 일단 ‘*인 서울’을 목표로 합니다. 전공 학과 역시 점수에 맞춰서 인기 있는 순으로 지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 데에는 대학의 서열화가 가장 큰 문제겠지요. 수능 성적으로 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피동적으로 공부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는 아이들은 능동적으로 열심히 합니다. 저희 과에도 가끔은 어릴 적부터 공룡을 좋아해서 지원한 학생들이 있는데요, 과학이야말로 정말로 자신이 좋아해야 오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하게 되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질문에 이 교수는 대학교수로 연구에 전념하거나 과학기술관련 국가기관이나 대기업 등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과학자는 일종의 전문직이기 때문에 석사나 박사과정에 진학해 공부하지 않으면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의 두 딸 역시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했지만 석·박사 진학 여부에 따라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학을 전공한 큰 딸은 지금 캐나다에서 박사과정 중입니다. 둘째 딸은 바이오케미컬을 전공했지만 대학원 진학을 원치 않아 현재 바이오기업에 취업을 했어요.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데 공부를 억지로 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부모는 아이의 행복을 바라지요. 그렇다면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해주는 것이 아이가 행복한 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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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이 교수는 어른들이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학기제는 좋은 제도이며 강원대 지질학과에서도 매년 5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지구의 신비’를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는 중학생 자녀를 둔 지인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좋은 취지에 비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다 보니 각각의 아이들이 원하는 체험을 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의 흥미도가 떨어지면 몇 명만 집중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고,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체험이 되기 어렵습니다. 안전문제나 교사의 번거로움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은데 자유학기제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려면 아이들의 희망을 반영해 소그룹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1등 해야 성공한 삶이라 생각하는 부모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성공은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평균 연봉 1억3000만원 정도까지는 돈을 많이 벌수록 만족도가 높아지지만 연봉이 그 이상을 넘어가면 만족도 차이가 크게 의미 없다고 합니다. 부모가 아닌 자기 스스로가 만족해야 행복한 것이죠. 과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사를 해서 예상치를 내놨을 때 그게 딱 맞아떨어지면 무척 만족해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지진 활성단층 조사를 통해 단층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것을 맞추면 굉장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 과정이 오래 걸리지만 쾌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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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사람을 위한 과학’역시 이 교수가 평생 고민하는 화두다. 지난 연말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회의에서도 이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원전 건설에 대해서도 그는 활성단층 조사를 철저하고 완벽하게 한 다음에 안전하게 지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경주 포항 지진 발생으로 우리 국민들이 내진설계 등 예방대책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국가적으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어떤 피해를 겪을지 모릅니다.”

자연재해, 특히 지진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구나이 56억년, 지진단층은 20만 년 전에 활동했다. 20만년은 지질학적으로는 매우 가까운 시기이며 지진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후진국일수록 인명피해가 크고 선진국일수록 재산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그만큼 그 사회가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지는 거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재난 정책은 미리 대비하는데 대한 투자가 미흡해 선진국형보다는 후진국형에 가까웠다고 생각됩니다.‘사람을 위한 과학’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는 돈이 들더라고 국민의 생명을 우선시 하는 정책, 즉 선진국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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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권 교수는…1956년에 태어나 공주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지질학과 석사,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McMaster University) 대학원 지질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질지구물리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지질학회 이사,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위원, 강원대학교 공동실험실습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2017년 12월 13일 문재인정부 국가 과학기술자문위원에 위촉됐다.

*인 서울 대학: Universities in Seoul라는 영어 표현에서 유래한 말로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내에 소재하는 4년제 대학교를 이르는 말이다. 근간에는 인서울 대학교에서 ‘대학’을 뺀 ‘인서울’이라는 약칭이 더 많이 쓰이고 있는 편이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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