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정보 | [미래교육] 아이슈타인과 잡스가 말하는 미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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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4-25 17:17 조회1,780회 댓글0건본문
미래교육이란 칼럼 주제를 받아들고 필자는 한참 망설였습니다. 은퇴를 코앞에 둔 사람이 미래교육에 대해 할 신통한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미래교육을 미래에 이행될 교육이 아니라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오늘날 해야 하는 교육이라고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하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본 천재 한 분과 미래를 앞서간 선구자 한 분의 혜안을 먼저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미래를 본 천재는 아인슈타인입니다. 시공간을 넘나드신 그분이 “세상에 유일하게 소중한 것은 직관(intuition)이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직관 또는 직감과 영감은 논리와 이성을 뛰어넘어서 결론에 도달하게 해주는 능력입니다. 아무리 지식을 암기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계산해보지만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씨름을 하고 있을 때에 갑작스런 직관과 영감을 얻어서 “유레카!” 순간을 만납니다. 뒤돌아보면 그 간단하고 멋진 해결책을 왜 미처 못 봤는지 의아할 때도 있습니다. 마치 마법 같이 순식간에 시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비전이 생기는 매우 신기하고 신나는 경험입니다. 우리는 이 마법을 창의력이라고 합니다.
만약에 아인슈타인이 살아있다면 분명히 한 마디 덧붙였을 것입니다. “직관 아닌 나머지는 인공지능이 다 해줘요.” 마치 아인슈타인이 디지털화 또는 인더스트리 4.0 시대라고도 불리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미리 본 듯합니다. 이제는 고도의 사고력을 요구하는 고급 전문직 일자리마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에게 빼앗기는 시대입니다. 즉, 암기력과 연산력이 핵심인 작업은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으니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관과 영감이 유일하게 소중하다고 근 백 년 전에 미리 조언해준 셈입니다. 이제 학교는 지식전달이 아니라 지혜전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습니다. 실제로 암기력과 연산력 연마에 초점을 맞추는 인재양성 기준과 평가 방법을 지속하는 것은 별 의미나 가치가 없습니다. 암기력이란 이미 책에 쓰여 있는 옛것과 남의 것을 돈 주고 소비하는 활동입니다. 이와 반대로 창의력이란 새것과 내 것을 만드는 생산적인 활동입니다. 초중고대학 내내 소비적인 활동을 한 사람이 졸업한 후 갑자기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창의력이란 그저 새로운 생각을 하는 능력만이 아닙니다. 창의력이란 어제와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이 아니라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내일을 맞이하게 합니다. 남이 만든 미래에 적응하고 대응하기 급급한 피곤한 삶이 아니라 그 미래를 본인이 직접 만들기에 희망찬 삶을 살아가게 해줍니다. 바로 그렇게 미래를 만들며 살다간 선구자가 스티브 잡스입니다. 타임지 커버를 무려 10번이나 장식한 잡스는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자기 자신의 마음(heart)과 직관(intuition)을 따를 용기를 지니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습니다. 머리만 쓰는 게 아니라 마음도 잘 써야 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마음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6개월 전에 기술(technology)과 인문학(liberal arts)이란 도로표시판을 담은 사진으로 설명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진에서 융합을 기술과 인문학의 합으로 이해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학문의 높고 배타적인 벽을 헐기 위해 다학문(multi-discipline)과 접학문(inter-discipline), 심지어 초학문(trans-discipline)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과학, 기술, 공학, 인문학, 수학을 통합한 STEAM 교육을 도입하였고 문과 이과를 통폐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문의 벽을 허무는 하드웨어적 통합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추가로 필요한지에 대한 답은 잡스 본인이 교차로 사진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보면 됩니다.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술과 인문학이 결혼해야 하고, 우리의 심장(마음)이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잡스는 융합을 결혼에 비유합니다. 결혼이란 여성성과 남성성 둘 다 지닌 싱글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性)을 지닌 두 사람이 집단을 이루고 사는 상태를 뜻합니다. 즉, 융합은 기술의 길을 걷는 자와 인문학의 길을 걷는 자가 만나는 교차로에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융합은 팀웍에서 나오는 집단지성입니다.
아쉽게도 모든 집단에서 지성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두 종류의 집단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학교와 학원을 다니면서 똑같이 국영수사과를 배운 10명이 모여 봤자 생각의 크기는 베스트 한 명의 생각을 능가하지 못하고 그냥 덩치만 10배입니다. 덩치를 키워야했던 산업화 시대, 베스트 한 명의 지시에 따라 앞서가는 자를 열심히 쫒아 가면 되던 구시대에는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어느덧 앞서가는 나라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비전을 갖추고 그 미래에 도달하는 방법을 발견해야 합니다. 이런 시대에는 다른 종류의 집단이 필요합니다. 10명이 모였으면 각자 다른 생각, 사고방식, 이념, 비전, 가치관을 지녀야 합니다. 이럴 때 생각의 크기가 단 10배가 아니라 100배 1000배로 불어납니다. 이게 융합이 주는 시너지 효과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방식과 비전을 지닌 사람들이 모이면 갈등과 불화합이 증폭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잡스는 융합은 “심장이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hearts sing)”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식 표현은 ‘심금(心琴)을 울린다’와 ‘금슬이 좋다’입니다. 즉, 융합과 집단지성은 구성원들이 서로 공감하고 경청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며 관계조율을 잘해낼 때에 가능합니다. 인성 또는 마음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만약에 잡스가 살아있다면 “마음씀씀이가 바로 우리 모두 배우고 갖추어야 할 소프트웨어다”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집단지성을 발휘하라고 이미 초중 교실에 책상이 기본적으로 ‘모둠’ 형태로 배치되어 있지만 학생은 각자 ‘베스트’가 되기 위해 무한경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그 사이 ‘유니크’함에서 누릴 수 있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벽이 허물어지고 책상이 새롭게 배치되는 등 하드웨어는 융합을 이룰 준비가 되었건만 사회․정서적 역량(socio-emotional skills)이라는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아쉽습니다.
여기에 제가 감히 소견을 추가합니다. “미래 학교는 입시(入試)가 아니라 입지(立志)에 맞추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아이슈타인과 잡스가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는 “왜 공부를 하는가”에 대한 화두입니다.
입지(뜻을 세움)에 초점을 맞춘 교육은 학생들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돕습니다. 입시에 맞춘 교육은 학생들이 SKY가 하늘인 냥 착각하게 만듭니다.
입시 교육은 단기적이며 개인중심적이며 세세하게 평가방식과 절차만 따지는 소인배 양성 교육입니다. 그러나 입지 교육은 당장 나에게 손해인 듯 보여도 장기적 안목으로 폭넓게 헤아려보니 결국 나에게도 이롭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즉 통 크게 헤아릴 줄 아는 ‘대인배’ 양성 교육입니다. 아이(소인)를 성숙한 어른(대인)으로 발전시켜주는 교육이 미래교육입니다.
나 혼자만 잘살고자 하는 교육은 진정으로 무서운 사(死)교육입니다. 여기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미래교육이란 미래에 시행될 교육이 아니라 미래를 보장하는 교육입니다. 모두가 지혜롭게 서로 기여할 때에 우리 모두에게 미래가 있습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내가 하고 싶어 할 때에 기여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기여한다는 말은 희생하고 헌신하는 게 아니라 쓸모 있고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누군가가 돈을 주거나 함께 살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성공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피플웨어입니다.
이처럼 미래교육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피플웨어를 두루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어떤 순서가 있지 않고 동시다발로 갖추어야 됩니다. 완벽히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부족함이 있어도 지금부터 갖추어나가야 합니다. 한국이 이제껏 산업화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성공적으로 해왔듯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미래교육을 훌륭하게 잘해내고야 말 것이라고 믿습니다.
[글쓴이] 조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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