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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명사인터뷰] “공모전 1등 80번 한 비결? 35번 내리 떨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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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3-19 15:39 조회1,7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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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디자인의 산 역사’ 김 현 디파크브랜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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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나는 누구인가.'  제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제목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똑바로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내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지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명문대학, 대기업에 가려고 애쓰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남에게 기준을 맞춰서는 죽을 때까지 행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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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88년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 호돌이를 만든 ‘호돌이 아빠’ 김 현 디파크브랜딩 고문(71)은 35년간 500개가 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청와대, 정부부처 통합 로고부터 LG그룹, 신세계, GS 등 대기업 브랜딩 작업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 ‘한국 시각디자인의 산 역사’라고 불릴 만하다. 2011년 그는 자신의 40년 디자인 프로젝트를 모아《김 현·디자인파크 디자인연대기》책으로 펴냈다.

꿈트리는 2019년 1월 16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 한 카페에서 김 고문을 만났다. 8년 간 다니던 직장 ㈜대우를 나와 1984년 설립한 회사 디자인파크를 2017년 말 정리한 후 현재는 회사 디파크브랜딩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는 서울올림픽 30주년이 되는 해였고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수호랑’과 함께 ‘호돌이’와 그의 디자인 작업이 재조명 받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재동초등학교 시절, 김 고문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미술반 활동을 했다. 하지만 몸이 무척 약한 아이였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듣는 조회시간에 픽 쓰러질 정도였다. 미술반이 없었던 중학교에서는 그림에서 손 놓을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통합한 학제인 5년제 국립경기공업고등전문학교(현 서울과학기술대) 공예과에 입학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고교 1학년부터 디자인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져서 일반 고등학교에 갈 형편이 못됐어요. 한 친구가 경기공업고등학교 원서를 가지고 왔는데 기계, 건축, 토목, 공예과가 있더군요. 국립이라 등록금이 다른 학교의 3분의1밖에 안될 정도로 저렴했어요. 그만큼 입학 경쟁이 심했지요. 아마 전국에서 공부는 꽤 잘하는데 가정형편이 안 좋은 학생들이 몰려왔던 것 같아요.”

고교 입학과 함께 자연스레 디자인 업계로 들어선 것이다. 다만 학교에서는 제품디자인(산업디자인) 위주로 수업이 이뤄졌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김 고문은 시각디자인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학교 다닐 땐 교수들로부터 “넌 왜 자꾸 딴짓을 하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그를 이야기할 때 ‘공모전’을 빼놓을 수 없다. 경기공전 2학년부터 도전을 시작해 3년 반 동안 잇달아 35번을 내리 탈락했다. 인디언 추장의 기우제처럼 될 때까지 해본다는 생각으로 36번째 도전을 했고, 1969년 전국단위 제일은행 저축포스터 공모전에서 1등을 했다. 이듬해 신세계백화점 전국 포장 콘테스트에서도 1등을 했고 김 고문은 어느 날 갑자기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신기하게도 이후부터 1983년까지 14년 동안 80번이나 잇달아 1등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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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기 힘들겠지만 그때는 공모전에 내기만 하면 무조건 1등이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 오해합니다. 다들 내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줄 알고 ‘무슨 비결이 있느냐’,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곤 했지요. 사실 사람들은 제 성공만 알지 숨은 흑역사가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까요. 수상을 하게 되면 신문에 발표가 나니까 사람들이 알게 되는 건데 사실 떨어진 건 아무도 모르는 거죠. 비결은 매우 평범합니다. 35번 떨어지면서 배웠고 될 때까지 했던 것일 뿐인데….”

35번이나 지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학교에서 책이나 이론 위주로 배우는 것은 ‘연습’이고, 공모전에 냈다가 떨어졌다 하는 것은 ‘실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35번 도전했다고 말한다. 검도로 따지면 학교에서는 목검으로 하는 훈련, 공모전은 진짜 칼로 하는 진검승부라는 비유를 들었다.

“날이 시퍼런 칼로 싸울 때는 어떻게 해야 내가 안 다치는지를 몸으로 알게 됩니다. 어떻게 해야 칼날을 피할 수 있는지, 이건 여러 번 해본 사람만이 알죠. 하도 여러 번 떨어지다 보니 나중에는 내가 왜 떨어졌는지를 저절로 알게 됐습니다. 당선작이 발표되면 내 작품과 비교해 보고 ‘이 사람은 이걸 더 잘했구나’ 하고 하나를 더 배우는 겁니다.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실력이 되는 거죠.”

50년간 디자이너로 살아온 그에게 디자이너란 어떤 직업일까. 김 고문은 “설명하기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처음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으로 앙드레 김을 꼽았다. 여성 패션분야에서 디자이너라는 말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 다음은 헤어디자이너, 이후에야 시각디자인 또는 상업디자인(제품디자인)의 개념이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그 시절에는 시각디자이너를 ‘도안사’라고 했어요. 일본어에서 나온 단어인데 홍익대는 ‘도안과’, 서울대는 ‘응용미술과’, 또 다른 대학에서는 ‘장식미술과’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했어요. 다음으로 상업미술이 등장하면서 기업이나 제품의 이미지를 개발하는 ‘시각디자인’ 기능과 감성까지 고려한 ‘제품디자인’, 그리고 ‘기업과 제품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잘 알릴까’를 고민하는 ‘토탈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게 됐어요. 이후 기업의 로고나 심벌, 마스코트 등을 통칭해서 아이덴티티 디자인(Identity Design)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했고, 요즘은 CI(Corporate Identity), BI(Brand Identity)를 통틀어서 브랜딩(Branding)이라고들 하죠.”

디자인의 영향력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예전에는 기업에서 제품을 만들고 난 후 디자이너에게 ‘겉모양(포장)을 멋있게 만들라’는 요구를 했지만, 최근엔 사람들이 한눈에 반할만한 매력적인 디자인을 먼저 만든 후 기술팀에게 '능력껏 그 안에 기능을 집어넣어달라'고 요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디자인의 위력이 커졌고 세상이 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디자인이 무엇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이 어렵게 됐어요. 스티브 잡스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는 체험디자인, 경험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졌습니다. 경험해본 다음에 느끼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인 만큼 이제는 사람들의 생활양식까지 디자인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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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3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건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건강하지 않으면 좋은 생각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기왕이면 미적인 감각이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꼭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세 번째는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디언 추장이 비올 때까지 지내는 기우제처럼 될 때까지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또 디자인이라는 단어의 그리스어 어원이 ‘그리다’가 아니라 ‘생각하다’, ‘계획하다’라는 사실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것을 당부했다.

“최근에 AI나 컴퓨터가 인간을 좌지우지 하고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고 하는데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해도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 더 낫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미래사회에 생각하는 힘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니까요.”

그가 거듭 건강을 강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50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지독한 불면증으로 고통 받았기 때문이다. 일 년에 363일을 일했고 밤새는 날들이 이어졌다. 잠을 잘 수 있는 신경이 망가졌는지 20대 초반에 시작된 불면증은 17년간 계속됐다. 책상에 앉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간이 많았고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느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었다. 17년간 그를 따라다녔던 불면증은 새벽등산을 통해 치유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나 김 고문처럼 세상을 바꾸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에 그는 “그렇게 거창한 것을 목표로 하면 거의 실패한다” 며 일갈했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우선 ‘나부터 어떻게 바꿀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내 가족, 내 친구들, 우리 학교, 우리 사회 이렇게 바꿔나가면 저절로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세상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겁니다. 내 생각과 행동부터 바꿔보세요. 청소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뭘 할 때 즐거운지를 찾고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몰입해야 합니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자세부터 길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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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디파크브랜딩 고문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공업고등전문학교 공예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예술대학, 건국대 대학원을 나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1991년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를 만들었다. 1984년 디자인회사인 디자인파크를 설립했다. LG그룹, GS, BC카드, 청정원 등 기업 로고와 헌법재판소 등 로고를 디자인했다. 1988년·2000년 올해의 디자이너 선정, 1999년 산업포장, 2000년 밀레니엄 디자인 어워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7년 디자인파크 대표에서 물러난 뒤 디자인파크 출신들이 모여 만든 디파크브랜딩 고문을 맡고 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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