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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미래톡톡] “먼저 아이의 자존감 짓밟은 행동부터 사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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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7-01 16:43 조회1,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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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포기시킨 부모 원망하는 아들과 화해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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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상담: 중3 아들 키우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아들의 초등학교 시절 꿈은 축구선수였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매일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걱정도 됐습니다. 저희가 뒷바라지할 능력도 없었고 운동선수라는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딱 자르고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따라왔는데 작년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욕설, 등교거부, 부모와의 마찰 등 문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 모든 문제가 예전 자신의 꿈(축구)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가끔 대화가 될 때 들어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저희부부의 판단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진로를 지지해주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는 아들과 다시 잘 지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톡톡 상담: 일단 아들을 민수라 부르겠습니다. 긴 사연은 아니지만, 고통의 강도가 직관적으로 전해집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당분간 더 힘들어질 겁니다. 어영부영 힘드시겠다고 위로하지 않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정도로 강한 힘겨움이 느껴집니다. 굳이 위로를 한다면 ”그나마 가출한 것은 아니니 다행“이라고 말씀드립니다. 한 번 더 죄송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냉철함’이라는 단어를 쥐고 가시기 바랍니다. 민수가 아닌 어머니 자신에게로 향하는 ‘냉철함’입니다. 그럼 천천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누구나 어릴 적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릴 적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을 부정하거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거나 증오하면서 살지는 않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자기 자신에게 타협하지요. ‘내가 노력은 했는데 너무 적은 인원을 뽑아서 안 된 거야.’/ ‘그때 하필이면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었어.’/‘우리 집이 날 유학 보낼 형편은 안 된 거지.’/ ‘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내 공부는 꿈도 못 꿨지.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등등의 말을 하면서 차선 혹은 차차선을 택한 채 살아갑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는 때가 중학생 시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남자라면 보통 군대를 다녀오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거나,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즈음 알게 되는 삶의 조각들입니다.

민수 어머니의 사연을 통해 보여지는 민수의 태도는 ‘증오’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불꽃이 시작된 증오입니다. 불을 끌 수 있는 기회는 이미 놓쳤고 지금으로서 최선은 태울 수 있는 물건을 치우는 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수가 자신에 대한 성찰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왜 본인이 이러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파악한 거죠. 그건 대단한 겁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조차 모른 채 그냥 감정에 이끌려 시간을 보냅니다. 민수가 나름대로의 원인을 찾아 말했다는 건 그래도 관계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표현입니다.

“난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갑자기 그만두게 하고 학원을 보내 화가 났다.”

아주 명확한 이유죠.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부모님의 태도도 명확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생각한다면 더 늦기 전에 축구를 그만두게 하고 공부시켜야 했다.”

제 추측은 이렇습니다. 초등시절 민수는 방과 후 축구 혹은 스포츠클럽에서 축구를 하며 에너지를 방출했을 겁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민수는 축구 잘 하는 아이로 인정받았을 거구요. 남자아이에게는 친구들 사이 ‘파워’에 대한 인정은 절대적입니다. 점심시간마다 공을 차고 체육시간이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민수에게 선생님은 ‘넌 운동에 소질이 있어’라는 메시지를 자주 줬을 겁니다. 당시 민수에게 축구는 자신 있게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정을 계속 받고 싶었을 겁니다. 초등생 아이에게 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인정은 곧 꿈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꿈이 자신의 존재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은 나의 축구 실력을 인정해주고 나의 존재감을 높여주었는데, 결정적으로 우리 엄마 아빠만 그걸 하지 못하게 한, 나의 존재감을 한순간 바닥으로 내리꽂은 세상 유일한 반대자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당시엔 감히 거역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분하고 억울하고 그 증오가 증폭됩니다. 이젠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할 수 있는 힘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압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분노의 불길을 한 번에 끄는 것은 포기하십시오. 그게 무슨 분노와 증오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큰일이냐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든 자신의 존재감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장 먼저 증오가 작용합니다. 지금으로서는 더 탈 수 있는 물건부터 없애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 탈 물건은 바로 ‘그래도 당시 부모의 선택이 옳았다’는 표현입니다. 대화가 오갈 때마다 민수를 설득하려고 그 말을 해 주는 것은 계속 증오의 에너지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어머니께서 맨 먼저 할 일은 민수의 축구라는 자존감을 고려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입니다.

“미안하다. 민수야. 그때 그렇게 상의도 없이 갑자기 축구 그만두게 하고 학원 보내서 미안하다. 두려워서 그랬다. 혹시라도 민수 네가 안정적인 직장을 못 갖게 될까봐 두려워서 급한 마음에 그랬다. 그래도 너의 의견을 좀 더 들어봤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그땐 어쩔 수 없었다. 너의 축구에 대한 사랑, 재능…. 엄마 아빠가 몰라서 그런 건 아니다. 세상살이가 워낙 빠듯해서… 그냥 좀 편하게 가는 길을 선택하게 하려고 엄마 아빠가 강요한 거 맞다. 미안하다. 지금 당장 용서되거나 화가 풀리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일단 그렇게 동의 없이 학원 보낸 건 정말 미안하다.”

사과를 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그 당시 부모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 판단이 100% 옳았다 하더라도 민수에게 사과하셔야 합니다. 지금 민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존감을 존중해 주지 못한 부모의 부당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에 ‘냉철함’을 말씀드렸습니다. 민수는 자기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왜 화가 나고 분노하는지 이유를 명확히 밝혀냈지요. 적어도 민수는 자기 자신에게 아주 솔직한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내가 무얼 원하는지 ‘자아원의’를 놓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지금 민수에게 증오보다 희망이 보입니다. 적어도 부모로부터 심리적 독립을 이룰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이제 어머니께 중요한 걸 말씀드립니다. 일단 민수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면 급한 대로 증오가 증폭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시간을 벌어놓고, 어머니도 민수가 했던 것처럼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셔야 합니다.

축구를 그만두게 한 것이 정말 직업의 불안정성 때문이었는지를 말이지요. 그리고 정말 집에서 축구를 할 만큼의 뒷바라지를 할 여력이 없어서였는지를 말이지요. 표면상의 이유는 현실적으로 그 이유가 딱 들어맞았겠지만, 내면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이 무엇이었을지 짐작되는 것은 있지만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냉철하게 자신을 분석해서 찾아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되면 그때 민수에게 두 번째 사과를 하게 될 겁니다. 그땐 급한 불을 끄는 심정이 아닌,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민수의 증오가 사라질 겁니다.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작업은 ‘두려움’을 파고드는 겁니다. 어머니도 살아오시면서 두렵다고 여겨졌던 순간들을 어린 시절부터 되짚어가며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민수 너를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는 합리화는 멈추시기 바랍니다. 거기에 머물러 있는 이상 자신의 두려움을 되짚어 나가지 않게 됩니다. 민수를 믿지 못했던 이유는 아직 자신의 내면에 있는 두려움과 직면하지 못한 결과물입니다.

더 늦기 전에 어머니의 존재감을 흔드는 두려움을 직면하시고, 민수를 믿어주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민수와의 싸움이 아닙니다. 어머니 내면에 있는 두려움과의 싸움입니다.

 

[글쓴이] 김선호(《초등사춘기, 엄마를 이기는 아이가 세상을 이긴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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