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정보 | [자기주도진로] “스포츠 에이전트로 돈 많이 벌고 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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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관리자 작성일19-09-03 16:07 조회2,475회 댓글0건본문
톰 크루즈가 매력적인 ‘스포츠 에이전트’로 등장한 영화 ‘제리 맥과이어’(1996년 개봉), 2000년대 국내 1호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에게 고액 연봉계약을 성사시킨 스캇 보라스(Scott Dean Boras). ‘스포츠 매니지먼트(Sport management)’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직업으로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스포츠 에이전트’를 비롯, 스포츠 관련 사업에 종사하길 꿈꾸는 청소년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 석·박사 과정 후 2009년부터 메릴랜드 주립 타우슨대학교(Towson University) 경영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한근수(44) 씨는 일찌감치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를 전공하게 된 계기를 “단지 좋아하던 것을 선택했고 또 운이 좋았던 편”이라고 말했다. 꿈트리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근수씨는 미국에서 15년간 스포츠 매니지먼트 분야를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자신의 경험이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청소년기 소설책과 ‘더불어 살기’가 나를 키웠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근수씨의 집에는 항상 시골 청년들로 북적였다. 경북 문경이 고향인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각각 10남매의 형제자매가 있었고, 그들의 자녀나 지인 중 진학이나 취업으로 상경하면 당연한 듯 그의 집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던 것이다.
“수많은 형들이 우리집에 단기 또는 장기로 지내다 나갔어요. 게 중에는 소위 농땡이도 있고 엘리트도 있었죠. 별별 유형의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과 수시로 대화하며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호기심을 기를 수 있었어요. 또 그들이 읽었던 책(당시 불온서적으로 구분되던 사회주의관련 책과 철학고전)을 읽으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쳤던 기억이 나요. 지나고 보니 그때 함께 살았던 시골 형들이 지금의 제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근수씨는 어린 시절 공부를 잘하진 못했지만 소설책을 좋아했다. 소위 출세한 정치인, 법조인 보다는 문학가나 시인들이 멋있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수업시간 몰래몰래 읽었던 책은 주로 이상문학상 수상작 단편소설집. 또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황석영의《장길산》, 《객지》, 그리고 톨스토이《부활》, 도스토예프스키《카라마조프의 형제들》까지 다양했다.
“남들은 비웃었지만 제 꿈은 목장주인이 돼서 소설을 쓰는 것이었어요. 소위 판·검사 박사 같은 출세한 사람에 대한 동경 같은 건 없었죠. 어릴 적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며 느꼈던 애틋함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져요. 그때 생성된 가치관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지금 제가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 유학 결정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은’ 보상심리
동국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군 복무가 끝난 후 근수씨는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국내에는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유학이 답이었다. 사실 유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일종의 도피처였다”고 말한다.
“지금은 경쟁이 더 심하겠지만 제가 대학을 다닐 때도 정해진 ‘성공 공식’이 있었어요. 소위 ‘SKY’대학 출신이 아닌 저는 당시 성공의 조건에서 많이 떨어지는 상태라고 생각했죠.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공 공식에 나 자신을 맞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피라고 말한 게 ‘어쩔 수 없어서 갔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해보기 위해 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보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전공 선택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스포츠를 좋아했고 그런 스포츠가 학문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다. 부모님께 유학을 가겠다고 선언했지만 전공이 워낙 불투명했기에 두 손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2~3개월 토플과 GRE시험을 준비해 2001년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기간은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한 시기였다. 남한테 보여주기 보다는 스스로를 평가하고 증명해보고 싶었다. 그 결과 석사 때부터 장학금을 받기 시작해 박사과정도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2007년 박사과정을 마친 후 이스트 테네시 주립대학(East Tennessee State University)에서 대학원 코디네이터 및 인턴십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 디렉터로 근무했다. 2009년부터는 볼티모어에 위치한 토슨 대학(Towson University)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 조교수로, 현재는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 옥스포드 대학에서 방문교수로 연구한 주제 ‘스포츠와 소프트파워’ 관련 다수의 논문을 미국, 영국, 프랑스, 방콕 등 국제학회와 대학에서 발표했다. 2013년 미국 뉴저지에서 있었던 사회과학과 행동연구 국제학회(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ocial Sciences and Behavioral Research Conference), 또 2015년 태국 방콕에서 있었던 학제간연구 국제학회(International Multidisciplinary Academic Conference)에서 스포츠와 문화관련 연구로 각각 최고논문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미국 주요 스포츠 프로팀 선수들간 수입의 차이와 팀 성적과 관련된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지난 10년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직업으로서 스포츠 에이전트나 스포츠 관련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기자의 말에 근수씨 역시 공감했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있을 때 만난 한국인들 역시 근수씨의 전공을 알고 나면 무척 반가워하며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사회학(sociology)에 대한 재미있는 정의 중 하나가 ‘쓰레기 학문’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종교 사회학, 정치 사회학, 인구 사회학, 지식 사회학, 심지어 스포츠 사회학까지… 글자만 갖다 붙이면 하나의 분야가 되는 게 사회학입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도 이와 비슷한데, 스포츠에 뭐든 갖다 붙이면 학문 분야가 됩니다.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사회학(sociology), 스포츠 경제학(economics), 스포츠 정치학(politics), 스포츠 외교학(diplomacy) 등 무궁무진하죠.”
스포츠 매니지먼트는 쉽게 말하면 ‘짬뽕학문’ 전문적으로는 ‘인터디스플리너리 스터디(interdisciplinary study)’, 즉 여러 가지 분야를 포괄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심지어 자연과학까지 전공의 선을 긋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은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미 학문적 추세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근수씨가 1년간 몸담았던 ‘School of Interdisciplinary Area Studies’라는 연구소 이름 역시 학제간 융합연구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선 온갖 잡다한 학문을 한 분야에 몰아넣고 아시아지역, 라틴지역, 아프리카지역 등으로 나눠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며 연구했다.
이같이 포괄적인 학문인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까.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공부한다면 현실적으로 미국이 가장 전도유망합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라는 학문 분야가 처음 생겨난 것도 1966년 오하이오대학입니다. 또 미국의 스포츠산업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의 스포츠 마켓 규모가 2014년 60빌리언달러(60조원)에서 2017년 73빌리언달러(73조원)로 3년 만에 20%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스포츠 관련 마켓까지 고려하면 300빌리언달러(300조원)까지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지요. 미국 인구의 3분의1 이상이 시청하는 슈퍼볼(미식축구)은 물론이고 MLB(미국 프로야구), NBA(미국 프로농구), 대학 스포츠도 웬만한 프로 스포츠를 능가할 정도로 어마어마 합니다.”
하지만 신흥학문이다 보니 미국의 대학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이 속한 단과대학은 다를 수 있다. 근수씨 역시 석·박사과정 모두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했지만 석사를 했던 인디애나주립대에서는 College of Health and Human Service에, 박사과정을 했던 플로리다주립대에서는 College of Education에 스포츠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이 속해 있었다. 현재 재직 중인 타우슨대학은 College of Health Profession 안에 스포츠 매니지먼트 전공이 분류돼 어찌 보면 비즈니스 영역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따라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이나 부모님은 “스포츠 매니지먼트라는 전공 하나에 집중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하나, 단지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과 스포츠 관련 직업을 갖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바로 ‘창의성’
“스포츠 매니지먼트, 스포츠 마케팅을 이야기할 때 스포츠팬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팬이 없다면 스포츠 매니지먼트라는 학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이 분야에서 공부했더라도 반드시 본인이 원하는 직업(job)을 갖는 경우는 드뭅니다.”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한 많은 학생들의 ‘워너비 직장’은 바로 스포츠구단이다. 특히 한 구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총체적인 책임을 지는 제너럴 매니저나 선수 계약을 성사시키는 스포츠 에이전트를 선망한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벽이 높고 한정돼 있다. 구단에서 제너럴 매니저가 되고 싶지만 현실에선 티켓 세일즈 부서에서 일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경우는 계약과 관련된 법률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법과대학원(Law School)을 나와야만 가능하다. 하고 싶은 것과 현실과의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바로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균형감각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되는 것도 맞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지만 현실감각을 가져야만 자기 꿈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방향으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학 와서 실패하는 친구들을 보면 현실감각이 많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감각을 갖기 위해서는 자꾸 부딪혀야 하고, 많이 읽어야 하고,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합니다.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 창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현실을 연결시키는 힘, 그것이 바로 창의성, 상상력이라는 지론이다. 이에 더해 미국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 느끼는 미래사회 필요 역량으로 첫 번째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것, 두 번째 다양성에 대한 이해, 세 번째 유머감각 3가지를 꼽았다.
노(NO)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창의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바로 기존의 가치나 원리에 대해 노(NO)를 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유교적 분위기가 남아있는 한국사회에서는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순종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세계화에는 최대 장애물인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그게 바로 노(NO)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단일민족이라는 역사적 특성상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다. “한국 유학생들 보면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합니다. 다양성이란 단지 다른 인종에 대한 이해가 아닙니다. 또 약자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동정심도 아닙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나와 다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들(사람, 가치, 문화…)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들과 나를 여러 측면으로 연결시켜보려는 시도, 그것이 다양성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기회균등의 개념, 더 나아가 창의성의 개념과도 직접 연결된다고 볼 수 있죠.”
마지막으로 기업도 학문도 세계화로 가기 위해서는 유머감각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유머감각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유머감각은 단지 웃긴다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겸손하고 따뜻한 성품을 의미합니다. 흔히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이 있죠. 따분하고 복잡하고 때로는 공격적인 분위기를 짧은 유머 감각으로 한순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짧지만 분위기에 딱 맞는 생동감 있는 유머가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겸손하고 유연한 자세를 가질 때 창의성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역량을 갖춘다면 한국의 학생들도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근수씨의 삶은 지금껏 ‘맨땅에 헤딩’ 하듯 해왔다. 그렇기에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도 좋아하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일단 행동으로 옮겨보라고 조언한다.
“지금도 늘 행동의 중요성을 생각합니다. 행동을 해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젊을 때 하고 싶은 것을 못하면 평생 얽매여 살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아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합니다. 특히 내 미래의 결정을 다른 사람의 충고나 가르침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행동의 걸림돌이 될 뿐입니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근수씨는 한마디로 부럽다고 전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땐 없었던 제도라 정말 부럽고 좋은 것 같습니다. 한 학기뿐만 아니라 매년 한 학기씩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 워낙 경쟁적인 입시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학기제가 가능할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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