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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명사인터뷰] “도전하지 않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 좀 깨져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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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6-19 17:32 조회1,6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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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Toss)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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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 1월생 소년은 일곱 살에 학교를 갔지만 집으로 되돌아왔다. 학습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집안에서는 천재라 여겨졌던 세 누나들에 비하면 내놓은 ‘지진아’였다. 학교에선 못된 짓만 골라 하던 ‘말썽꾸러기’였다. 물론 공부는 1도 관심이 없었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나와 창업 7년 만에 국내 최고 핀테크기업을 일군 전형적인 모범생 청년기업가의 어린 시절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반전 과거다. 국내 1위 송금앱 토스(Toss)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35) 이야기다.

■도전?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에 못 하는 것

“치대에 입학하고 보니 똑똑한 친구들이 너무 많았어요. 라틴어로 가득 차 있는 해부학 책 한 페이지를 암기하는데 저는 2주씩 걸리는데 이 친구들은 몇 시간밖에 안 걸리는 거예요. 처음 보는 글자와 내용인데도 한 번 읽으면 머릿속으로 다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그 친구들의 지적 학습능력은 차원이 달랐고 거기서 저는 거의 꼴찌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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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앙트십코리아 컨퍼런스 연사로 만났던 이 대표의 스마트한 모습과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 의외의 고백이었다. 그렇게 똑똑한 친구들처럼 치과의사로 살 수도 있지만 굳이 힘든 창업가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세상을 바꾸고 싶어서’,‘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고 싶어서’같은 거창한 포부 말고 뭔가 다른,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고 다소 도발적으로 질문했다.

“저는 두려움에 대한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서울대 치대를 갈 만큼 집안환경이 좋고 지적능력 뛰어나서 이런 도전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다 보니 점점 더 두려움을 극복하게 됐고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 보니 먹고사는 것 별 것 아니구나’,‘이거 도전하면 깨지기도 하지만 이 정도밖에 안 아프네?’이런 경험을 학습하게 되면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이 대표가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데는 어머니 영향이 컸다. 아동심리학 박사이자 중학교 가정교사였던 어머니는 이 대표의 어린 시절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다 하게 해주셨고 실수나 실패를 해도 개입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셨다.

“물론 실패하면 많이 아프죠. 예를 들어 라디오 경진대회를 나갔는데 다른 애들은 다 만들어서 낼 때 나는 하나도 못 만들어서 집에 가서 울기도 했죠. 그런데 그 아픔도 며칠 지나면 극복된다는 것을 배웠던 거죠. 그러면서 점점 더 자신감이 붙고 점점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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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가 중고교 시절 내내 전교1등을 하게 된 계기는 초등 6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이었다.‘승건아, 기대할게. 앞으로 잘하자’는 한마디에 미친 듯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신뢰하는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열심히 하다 보니 점수가 잘 나오고 자신감이 생겼고 선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청소년들이 전문직을 목표로 죽도록 공부하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청춘을 바치는 모습은 모두‘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때문이라는 것이다. 두려움 때문에 그 안에서 안주하는 것이고 더 이상 도전하거나 위험을 감수하지 하지 않는 삶이 돼버린 것이다.‘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누구나 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우리 회사에도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등 외국인 친구들을 보면 태도 면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느낍니다. 특히 중국인 친구들에게서는 ‘우리는 위대한 나라의 민족이야’,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어’라는 웅지가 느껴집니다. 물론 그들도 불안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들에게는‘인생 뭐 별 것 있어’라는 자세로 위험을 감수 할 줄 아는 용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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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잘하는 인간’우리 교육의 책임

치과의사였던 이 대표가 핀테크 기업을 창업한 배경엔 코딩과의 인연이 빠질 수 없다.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코딩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때 이 대표는 어머니가 가져다 준 중고 컴퓨터에 푹 빠졌었다. 아무 것도 없던 화면이 자신의 움직임 하나에 반응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던 것이다.

“중2 때 제주에서 열린 전국 프로그래밍 대회(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 서울 강남구 대표로 나갔었어요. 4시간 동안 5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2시간 만에 문제를 다 풀고 나가는 아이들을 보고 당황했어요.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느끼고 큰 좌절과 충격에 빠졌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울면서 생각했어요. 코딩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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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과의 아픈 인연을 정리한 이 대표는 이후 공부만 했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전 세계 모든 인류가 공부만 하면서 사는 줄 알았을 정도로 순진했다. 학교에선 오로지 공부만 가르치니까 ‘사람들은 평생 이러고 사는구나’ 생각했던 것이다.

서울 강남의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공부를 잘했고 누구나 선망하는 의대나 치대를 선택했을 것이란 기자의 예측도 빗나갔다. 당시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의 빚 때문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치대를 선택한 것이다. 좋아하던 물리학과나 철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졸업 후 바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토록 지적 호기심에 가득 찬 이 대표에게 치과대학은 적성에 맞았을까.

“대학에 가서 놀랐던 게 2가지였어요. 서울대 치대 정도면 적어도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지적 역량을 가진 친구들이 모였다고 생각했어요. 지구와 인간, 가치관, 철학 같은 담론을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건 제 착각이었어요. 친구들의 행동이나 대화 소재는 달라도 너무 달랐죠. 공부는 잘했지만 세상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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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대학생들 대부분이 놀더라고요. 심지어 교수님들 중에서도 연구를 열심히 안하시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놀기’ 시작했어요. 공부머리 아닌 반대쪽을 채우겠다고 마음먹었죠. 정치학, 철학, 사회학, 인문학, 사회과학 주제별로 일주일에 5개의 독서모임을 했으니까요. 고교 때까지 바보처럼 공부만 하다 소셜 스킬(social skill)은 전혀 배우지 못한 거죠.”

이 대표는 이 2가지 문제가‘공부만 잘하는 인간’으로 길러낸 우리 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의 대중교육이 영웅적인 기상이나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산업일꾼, 소시민이 되도록 가르쳐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적 호기심이라든가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같은 것은 더더욱 이해받기 힘든 사회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지적 호기심이 자랄 수 없어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너무 많은 정보에 압도되는 것, 두 번째는 호기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죠. 그 시기 학생들에게는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호기심이 기폭제가 돼 스스로 정보를 찾고 흡수해 나가는 것이 진짜 공부죠.”

이 대표는 교육시스템을 이대로 둔다면 미래 국가간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업가정신을 갖지 못한 인재를 계속 길러낸다면 조만간 국가경쟁력 역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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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호기심 키워주고, 왜 배워야 하는지 가르쳐야

그렇다면 이 대표가 생각하는 미래인재는 어떤 역량이 필요하고 무엇을 공부하고 준비해야 되는지 물었다. 이 대표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창의력(문제해결능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냉정한 표현 같지만 지금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앞으로 미래사회에선 거의 소용이 없을 겁니다. 특히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들은 너무나도 시대에 뒤떨어져 있습니다. 수 십 년 전 담론에 머물러 있어요.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는 직능에 기반한 스킬셋(Skill set)들은 이미 AI가 굉장히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아주 작은 회사인 저희 회사만 해도 마케터, 고객대응 업무 일부를 AI가 대체하고 있으니까요.”

‘교육이, 그리고 부모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해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적어도 중학생까지는 지적인 호기심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미적분을 가르치면 왜 미적분을 배워야하는지를 먼저 알려주는 식이다. 단편적인 지식, 전문적인 직능을 가르치기보다 학문의 전체 맥락을 보여주고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정보에 제대로 접근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보접근 능력, 문제해결 능력(창의력), 상황이해 능력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는 인생을 2단계라고 생각합니다. 1단계는 하고 싶은 것을 찾고, 2단계는 그냥 그것을 하는 것. 그 두 가지를 안 하면 그냥 참고 사는 겁니다. 부모님이 청년이었던 80~90년대는 참고 열심히 하면 회사에서 안 자르고 챙겨주는 시대였죠. 지금은 참으면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됐어요. 한국은 너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세대간 격차도 크고 삶의 환경도 다릅니다. ”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35위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 7년차,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그는 어떤 가치관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을까.

“제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이 세계가 필요로 하는 풍요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기업가정신은 이 세계를 풍요롭게 해줌으로써 나 자신도 풍요로워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나 하나 잘 먹고 잘 살기도 힘든 세상에 너무 큰 꿈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두려움 때문입니다.‘모두를 잘 살게 하는 건 무지하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해보면 큰 꿈일수록 이루기가 훨씬 쉽습니다. 왜냐하면 큰 꿈은 공감해주는 이들도 많고, 자금을 모으기도 쉽습니다. 소비자들도 반응하고 좋은 인재들도 스스로 찾아옵니다. 다른 사람을 잘 먹고 잘살게 하는 것이 나하나 잘 먹고 잘사는 것보다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풍요롭게 해주면 저는 거의 몇 배로 풍요로워진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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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또 서구의 갭이어(Gap Year)와 같은 의미에서 자유학기제를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는 너무나도 좋은 여유와 호흡인 것 같습니다. 자기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문제를 실제로 손으로 쥐고 해결해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많은 과목을 가르치려는 것부터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 몇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고교 졸업 때는 특정 분야에 전문가가 돼 대학을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회사를 만들 때에도 별로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의 대입 중심의 교육시스템 속에서 자유학기제가 무용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을 간다고 칩시다. 뭐가 바뀌나요? 현재 서울대 학생들도 3학년부터 취업준비 합니다. SKY 나와도 취업 걱정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성공의 공식이 이미 무너졌는데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만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가졌던 세상을 향한 두려움을 자녀에게 전이시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승건 대표는… 2007년 서울대 치의과대 졸업, 2007년 삼성의료원ㆍ푸르메치과재단 치과의사, 2012년 중소기업청 청년창업사관학교 우수 졸업,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 설립, 2015년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출시, 2016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초대회장.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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