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정보 | [진로명저] “미래 가장 좋은 삶의 형태 ‘벼룩’, 어떻게 준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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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5-16 16:15 조회1,594회 댓글0건본문
<찰스 핸디가 2001년 집필한 ‘코끼리와 벼룩’이 2016년 재출간됐다.>
꿈트리 시즌3에서는 [진로명저] 코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자신만의 진로를 찾는 학생들은 물론 함께 고민하는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이런저런 직함을 갖고 진로교육에 관여하는 분들 모두가 읽어보고 방향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겠다 생각되는 책을 저희 꿈트리 편집진이 매월 한 권씩 직접 고르고 번갈아가며 서평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막상 마감이 다가오니 어떤 책을 첫 번째로 소개해야 할지 정하지 못해 무척 힘들었습니다. 동동거리던 저에게 후배 에디터가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2016년 개정판) 책을 건네줬습니다. 책 표지를 본 순간 ‘어, 예전에 봤던 노란 표지의 그 책이 아니네’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습니다. 이내 2001년에 첫 출간된 책이 15년 만에 재출간됐다는 것을 알았고, 책 서문의 한 구절만 봐도 왜 이 책이 15년 만에 다시 화제가 되는지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무소속 상태로 벼룩의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좋든 싫든 거부할 수 없는 추세다.”
이 책의 큰 줄거리는 20세기 고용 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대기업, 그 코끼리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이제 누구나 벼룩처럼 저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여기서‘코끼리’는 거대 조직을 뜻하고 ‘벼룩’은 개인을 뜻합니다. 저자는 1980년대부터 자본주의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끼리’에서 벗어나 ‘벼룩’의 삶을 살 것이라 예측했고, 본인 스스로 평생고용이 보장되는 직장을 뛰쳐나와 벼룩의 삶을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실천에 옮긴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경영사상가입니다.
2016년 이 책이 재출간 됐을 때 많은 언론들은 서평을 통해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평생 고용이 사라진 시대, 독립생활자로 단단히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2001년 당시 자본주의의 변화, 그에 따른 기업조직·문화의 변모 그리고 이 모든 변수가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미래 예측서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1인 기업이라는 단어가 친숙해지고 프리랜서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뜬구름 같던 미래가 성큼 눈앞으로 다가와 누구나 언젠가는 독립생활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더 이상 '예측'이 아닌 '상식'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 책은 실체적인 경험과 철학이 담긴 삶의 지침서 역할을 하게 되었다. 2016년에 우리가 다시 <코끼리와 벼룩>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2001년 첫 출간 당시엔 다소 황당하거나 와 닿지 않은 주장이라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의 주장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 책 <코끼리와 벼룩>이 재출간됐을 때 많은 언론들이 그의 사상을 앞다퉈 재조명하며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역설했던 이유입니다.
저명한 경제평론가가 40년간 몸소 체득한 고용 문화의 변화를 서술한 인생회고록(자서전)인 이 책은 개인적으로 저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책입니다. 최근 20년간의 ‘코끼리’ 조직생활을 마감하고 ‘벼룩’으로서의 도전을 마음먹게 한‘인생 서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저는 취업이 힘들어‘헬조선’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당차게 살아가는 벼룩들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본 ‘1인기업 시대’기획기사를 20편으로 나눠 <오마이뉴스>에 연재했습니다. 그 중 첫 번째 기사인 [‘직장’아닌 ‘직업’ 찾아라]편의 일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지만 다양한 '일거리'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유엔미래보고서 2030>(박영숙·제롬 글렌 등 공저)에 따르면 “미래의 근로자들은 실업에 대한 걱정보다는 스스로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사고로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거리를 만들다 보면 사람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게 되고 이 서비스의 판매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된다”라고 해법을 제시한다.
1인기업은 세계적인 추세다. '셀프 임플로이'(self-employed) '자영 노동자'(own account worker), '솔로 프레너'(solopreneur),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 등 나라별로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경기 불안과 아웃소싱 비율 상승에 따른 1인기업 증가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다. ’
저자는 2001년에 이미 여러 고객이 발주하는 서로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는 포트폴리오 인생, 즉 1인기업 시대의 도래를 확신하며 그에 합당한 인생 스크립트를 자기 경험을 빌어 설명했습니다. 또 무섭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독립생활자로 살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알려줍니다.
전체 3부 중 1부에서는 ‘벼룩’이 가장 좋은 삶의 형태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바탕(유년의 리스크 없던 세계, 제도 교육의 한계)에 대해, 2부에서는 자본주의 기업 문화의 위기와 변화(지식 사회에서 자본주의의 미래는? 인터넷 시대에 일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를, 3부에서는 포트폴리오 인생의 장단점과 방법론(일과 생활을 구획 짓기, 즉 자기 스스로 스케줄을 결정하고 선택을 하고 '노'라고 말할 줄 아는 강한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 성공의 의미 재규정)이 서술돼 있습니다.
1부에서 그는‘누구나 인생 어느 시점에서 벼룩이 된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코끼리에서 벼룩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영국의 씽크탱크인 세인트 조지 하우스 소장으로 일하던 때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던 저자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결과는 오늘날 진로를 찾는 누구나에게 해당되는 조언입니다.
“내 문제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서 생긴 것이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델포이의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고대 그리스의 명인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알려면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아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나는 여러 가지 역할과 직장을 거치고 난 4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내가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57쪽 ‘내가 아닌 것을 거부하다’ 중에서
저자는 아일랜드에서의 엄격한 중고교생활을 거쳐 옥스퍼드 대학 고전학과에 들어가서야 ‘암기 위주의 학교 교육이 끝나고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마침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고백합니다. 아마 찰스 핸디가 청소년 시절을 보낸 영국의 공교육도 우리나라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나보다.
2부에서는 그가 ‘코끼리’ 회사원 생활을 영위했던 1960년대부터 ‘벼룩’의 삶을 시작한 1980년대 이후의 기업과 개인 그리고 자본주의의 변화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옛스타일의 코끼리는 영원히 사라져버렸지만 대기업은 여전히 필요하고 또 그 활동 범위는 전보다 더 크고 막강해졌다. …(중략) 앞으로의 대기업은 과거의 대기업과는 사업 방식이나 습성에서 완전히 다른 조직이 될 것이다. 대기업은 개혁을 해야 한다.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자본주 못지않게 존중해야 하고 또 시장의 법칙이 정의와 윤리보다 아래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대기업의 앞날은 위험 그 자체가 될 것이다.’-122~123쪽 ‘미래의 코끼리’중에서.
그는 또 새로운 코끼리가 직면한 4가지 중대한 도전과제도 제시했습니다. 기업의 규모를 계속 키우면서도 소기업적 개인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연방주의), 창조성과 효율성을 융합하는 것(연금술), 번영을 이루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받는 것(사회적 책임), 회사의 주주는 물론이고 아이디어의 소유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아이디어를 가진 개인) 등입니다.
3부에서는 독립된 생활을 위한 ‘인생 스크립트 새로 쓰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혈혈단신인 벼룩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열정과 목적의식이라고 설명하며 어린 시절부터 열정과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은 그것을 좇으면 되지만, 저자의 표현처럼 ‘열정이 반쯤 잠겨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뭐든지 관심이 가는 것이 있으면 해보고, 그것이 열정이나 목적의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커지면 그때 삶의 중심에 놓으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벼룩은 잘하기보다 다르게 하기를 더 중요하게 여기라고 조언합니다. 자기가 투신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틈새를 찾아내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주력 무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코끼리의 삶을 버리고 벼룩으로 살아가려면 온전히 스스로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일과 생활을 어떻게 구획 짓고 시간을 배분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관건이며 이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움’임을 강조합니다. 특히나 벼룩의 삶을 가르쳐주는 ‘학교’는 없기 때문에 ‘앞서간 선배들의 힘겨운 경험과 교훈으로부터 어렵사리 배워야’한다면서 자신의 철학과 경험을 독자와 공유합니다.
벼룩의 삶을 시작하기에 앞서 자신의 인생이 어느 단계인지를 파악하고 경력 쌓기나 가족과 시간 보내기, 공부나 운동, 집안일 등으로 생활을 구획 지은 후 순간순간 어디에 중점을 둘지 실제 적용해보면서 자기 몸에 맞게 바꾸어나가야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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