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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명사 인터뷰] "범죄자 만나는 험한 직업? 편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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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4-17 15:47 조회1,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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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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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을 공부하다 힘들었을 때요? 범죄자를 볼 수 없었을 때였죠. 교정당국에 연구 목적으로 여러 번 접견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거든요. 제가 연구를 막 시작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범죄심리학 자체가 생소해서 그랬을 거예요. 돌이켜보면 제가 여자라는 게 이유일지도 모르겠어요. 아직도 공안 직렬 공무원의 여성 비율은 10%도 채 안 돼요. 아마 유일하게 성차별 경향이 남아있는 분야일 겁니다.”

국내 1세대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54)는 *프로파일러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20여 년 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가 범죄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건 이미 심리학자로서 경기대 교양학부 교수로 임용된 후였다. 당시 법무부에서 범죄자 유형화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는데 이 교수가 맡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연구가 진행된 2002~2003년쯤엔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데도 성범죄자들의 재범률조차 모르던 때”라며 “범죄자를 만나지 않으면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해외 파견이라도 보내 달라고 학교에 요청했고 미국 샘휴스턴주립대학교 교환교수가 돼서야 범죄자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다 건너 어렵게 만난 죄수들은 의외로 평범한 모습이었다. 이 교수는 “형벌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범죄자들이 신문보기, 노역 등으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이 교수가 범죄심리학을 본격적으로 파고드는 계기가 됐다.

이 교수의 공부가 본격적으로 범죄 현장에서 활용된 것은 일명 ‘전자발찌’가 통용된 2006년 이후다. 이 교수는 “성범죄자들 중 고위험군에게만 전자발찌를 채워야 하는데 이를 선별하는 절차를 만들면서 범죄심리학에 대한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다녀온 후 3~4년 정도 맨땅에 헤딩만 하던 이 교수가 검찰, 경찰 등 수사당국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이다.

이 교수는 범죄심리학자가 범죄자를 접하기 때문에 ‘험한 일’이라고 보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범죄자를 면담할 때도 당연히 교도관들이 안전을 유지해주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일반적인 범죄자뿐만 아니라 정남규,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까지도 지능이 떨어진다거나 면담 중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범죄심리학은 오히려 다른 심리학 분야와 달리 장점도 있어요. 저는 상담이나 임상 쪽을 공부하려다가 포기했어요. 내담자에게 심리적으로 개입을 많이 해야 하거든요. 범죄심리학은 오히려 그런 점에서 자유로워요. 범죄자의 잘잘못을 가리는 검사나 경찰과 달리 이 사람들의 특이성을 있는 그대로 중립적으로 받아들여야 연구가 가능하죠.”

이 교수는 최근 범죄심리학의 저변이 국내에서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들어 형사 사법기관, 특히 경찰이나 교도소 등에서 프로파일러를 특채 형식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국내 4~5곳의 대학원에서도 비슷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관련 일자리 역시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려면 심리학을 공부하는 게 먼저”라며 “관련 서적이나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 못지않게 기초과목 공부에 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심리학이 생각처럼 ‘말랑말랑’한 분야는 아니라는 걸 꼭 얘기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심리학은 수학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에요. 저 역시 수학을 못해서 대학 시절 전공 공부할 때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요. 특히 심리학은 통계에 대한 감이 있으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문서를 빠른 시간에 습득하는 능력도 중요해요. 단순 소설보다는 분석 도표가 있는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되겠네요.”

이미 성인이 된 남매의 어머니인 이 교수는 자유학기제를 보내는 학부모들에게도 자녀와 대화를 많이 나눌 것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은 타고난 기질이 다릅니다. 우리 딸은 멀쩡히 대학 나와서 유학까지 다녀온 다음 전공을 바꿨어요.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는 건 그림그릴 때 밖에 없더라’면서요. 이렇게 타고난 기질이 강한 사람은 아마 세상에서 20%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반면 우리 아들은 아버지처럼 법학을 전공해 관련 공부를 하고 있어요. 우리 아들처럼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자녀가 프로그래머 되겠다며 게임에 매달리면 그건 반드시 옆에서 말려줘야죠. 아이가 무엇에 몰입할 수 있는지 자주 묻고 대화를 나눠야 부모도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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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교수는… 1964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연세대와 같은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한 후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경기대 교양학부,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직을 맡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 대검찰청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 경찰청 쇄신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사법당국의 일을 돕기도 했다.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최신 범죄심리학》 등의 저서가 있다.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관 또는 범죄심리분석요원(범죄심리행동분석요원). 일반적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 투입돼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글쓴이] 지민 객원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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