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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명사 인터뷰] “적성에 맞지 않았던 의학공부, 글 쓰면서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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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3-21 17:46 조회1,8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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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의학전문기자 홍혜걸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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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출퇴근 시간 한 번 어긴 적 없는 말단 공무원이었다. 아들은 융통성 없이 성실하기만 한 아버지가 못마땅했다. 의사가 되면 출세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악물고 공부했다. 그렇게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지만 고뇌는 끊이지 않았다. 동기들 사이에서도 눈이 보이지 않는 경쟁과 차별이 존재했다.

연애조차 쉽지 않았다. 첫사랑의 실패 원인이 가난이라는 생각에 열등감은 커져만 갔다. 그녀 앞에 멋지게 ‘금의환향’할 생각으로 사법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군대에 가서도 법전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큰 허리 부상 때문에 의가사 제대하며 뜻대로 공부할 수 없게 됐다. 망연자실한 채 집에 누워있던 어느 날 그의 눈에 한 일간지의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의학전문기자를 찾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도전했던 우연이 그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1호 의학전문기자 출신으로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홍혜걸 박사(52)의 청년 시절은 의외로 어두웠다. 오로지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 덕분에 학과(대학) 선택의 기준도 명확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꽤 오래 방황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의학공부는 제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제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쓴다는 걸 알아보시고는 ‘문학가가 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 적이 있어요. 그때도 저는 의사가 되겠다고 되받아쳤죠.(웃음) 기자가 되고 보니 사람들이 모르는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 무척 보람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석사 학위는 기자 생활에 도움 되는 보건학으로 받았죠. 의학은 환자 한 명의 질병을 보는 것이지만 보건학은 인구 전체의 질병을 조망하는 분야예요. 대중들에게 의학정보를 전달하기에 딱 맞는 전공이었죠.”

이후 홍 박사는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중앙 일간지 논설위원이 됐다. 논설위원은 신문이나 방송국 등 언론사에서 시사 문제를 논하거나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논설위원은 일반 기사와는 달리 언론사의 주장을 드러내기 때문에 주로 경력이 많은 기자가 맡는다. 그만큼 홍 박사의 논설위원 임명이 이례적이라는 의미다. 그가 의학전문기자로서 좋은 사례가 된 덕인지 지금은 홍 박사와 비슷한 길을 따르는 의사 출신 전문기자들도 20여명 정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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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런 성과가 수많은 인내 덕분이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은 성공의 그래프가 사선을 그린다고 생각해요. 노력이 성취도에 비례한다고 믿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성공 그래프는 계단형을 그립니다. 꽤 오랫동안,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야트막한 계단 하나를 넘을 수 있어요. 노력에 비해 성과는 작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 때 좌절하면 안 돼요. 언젠가는 더 큰 성과가 나타날 것이란 믿음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

홍 박사는 자신이 이뤄낸 첫 성과를 초등학생 때로 기억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당시 담임 선생님이 여름방학 때 책을 많이 읽은 친구에겐 상을 준다고 했어요. 저는 선생님이 일러준 대로 방학동안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고 무려 50권의 독후감을 써서 제출했어요. 방학이 끝난 후 제 독후감을 본 선생님이 저를 크게 칭찬해주시는데 정말로 누군가에게 제 노력을 인정받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주 작은 성과라도 경험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10년, 20년 정도 지속되면 분명히 남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겁니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미래를 읽을 줄 아는 눈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제가 의대에 갈 무렵 앨빈 토플러의 저서 《제3의 물결》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어요. 앞으론 IT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한 그의 말에 학부모들은 코웃음을 치며 자녀를 의대로, 법대로 보냈죠. 지금은 어떤가요. 저와 비슷한 학번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등 공대 출신들이 IT 시대를 선도하고 있어요. 아마 지금 중학생들이 제 나이쯤 될 무렵엔 사회가 또 다시 변할 겁니다. 유명 대학 출신이라며 생색내고 자랑스러워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홍 박사는 앞으로도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을 생각이다. 사람들이 의사의 처방에만 자신의 몸을 맡기지 않도록 유익한 의학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게 목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공하는 부류는 셋이라고 합니다. AI(인공지능)를 능가할 천재, 천재를 알아볼 투자자, 그리고 풍요의 시대에 남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라고 해요. 엔터테이너가 좁게 보면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이겠지만 확대해석하면 저처럼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재밌는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들도 포함한다고 봐요. 저는 앞으로도 사람들이 유익한 의학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제가 운영하는 의학채널 ‘비온뒤(www.aftertherain.kr) ’등을 통해 대중과 꾸준히 소통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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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혜걸 박사는… 서울대 의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중앙일보 의학전문 기자 겸 논설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의학칼럼니스트, 의학채널 ‘비온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의사들이 말해주지 않는 건강 이야기》, 《홍혜걸의 닥터콘서트》, 《건강 프리즘》 등이 있다.

        

[글쓴이] 지민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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