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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정보 | [명사인터뷰] “통일 한반도 살릴 여러분의 ‘옥수수’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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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19-04-04 15:30 조회1,7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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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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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이후 피난민으로 북적거렸던 경남 울산의 한 어촌 마을, 밥 뜸들일 때 나는 구수한 냄새에 배고픈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보리가 섞이지 않은 새하얀 쌀밥을 보며 무리 속 다섯 살짜리 아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를 지켜보던 아주머니가 전복 껍데기로 쌀밥을 한 줌 퍼서 건넸다. 친구들에게 뺏길까 입천장이 데는 줄도 모르고 한 입에 삼킨 쌀밥에선 단맛이 났다.

꿈트리가 지난 11월2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제옥수수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73)은 먹을 것이 귀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경남 울산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해방둥이(우리나라가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된 1945년에 태어난 사람을 이르는 말)’다. 그에게 배고픔은 자신이 어린 날 겪었던 아픔이자 한 평생을 쏟아 해결해야 할 인류 최대의 과업이었다. 배고픔 해결이라는 과업을 완수하기에 옥수수는 더없이 좋은 작물이었다. 쌀과 밀을 압도하는 단위면적당 생산량, 높은 지방 함량, 짧은 수확기간, 가공 없이 바로 삶거나 구워 먹을 수 있으며 가루를 내서 밀가루처럼 면이나 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옥수수 육종학자의 길을 걷게 된 건 우연한 ‘실패’들 덕분이었다. 첫 번째 실패는 고등학교 낙방이었다. “당시는 은행원을 최고의 직업으로 여겨서 부산상고에 도전했다가 보기 좋게 낙방해버렸죠. 아버지는 입시에 떨어진 제게 위로는커녕 농사꾼이 될 것을 주문하며 혹독하게 농사일을 가르치셨어요.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소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밭을 갈았고 밤에는 배를 타고 나가 멸치를 잡았어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농사일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해야겠단 생각이 번뜩 들었죠. 결국 동기들보다 한 해 늦게 들어간 울산농업고등학교에서 농사를 체계적으로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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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장은 고교 졸업 후 응시한 농협 입사 시험에서도, 농촌진흥청(농진청)에 근무하며 치른 서울대 농업경제대학원 시험에서도 거듭 낙방의 아픔을 겪었다. 이렇게 김 이사장의 몸에 배인 ‘실패의 굳은살’은 옥수수 종자를 개발·보급하며 겪은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됐다.

“제가 하와이에서 개발한 교잡종 ‘수원19호’를 한국에 들여왔을 때였어요. 농진청에서는 ‘한국 땅에서 정착하기 힘들다’는 미국의 의견을 받아들여 농가에 보급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여기저기 호소해 농민들에게 8만 톤을 무료로 나눠줬어요. 그런데 이번엔 농민들이 심으려 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땅에서 옥수수를 시험 재배하는 위험을 떠안고 싶지 않았던 거죠. 저는 그들을 일일이 설득했고 재배방법까지 직접 가르쳤어요. 결국 그해 수원19호는 ‘홈런’을 쳤습니다. 알맹이도 굵고 잘생긴 옥수수가 생산됐고 농민들의 수입이 3배가량 뛰었죠.”

김 이사장이 말하는 육종학자의 또 다른 자질 중 하나는 ‘가벼운 엉덩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밭에 나가 땀 흘리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의 교잡종 옥수수를 개발하기 위해선 매일같이 옥수수 밭에 나가 추이를 점검해야 한다.

“국제열대농업연구소(IITA) 초청으로 1979년 나이지리아에 갔어요. 옥수수의 암이라고 불리는 위축바이러스에 강한 신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였죠. 제 손에서 매일 교배되는 종자 수가 1000개를 넘었어요. 손이 짓무르고 잎사귀에 베어 상처투성이였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 하와이 유학 시절에는 교수님이 오전 7시까지 농장에 나와 A종자와 B종자를 교배해놓으라고 지시하면 저는 항상 한 시간 전에 나와 절반 이상 일을 끝내 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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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이사장이 피땀 흘려 키운 옥수수 한 알에서 뽑아 올린 기적은 남북평화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그는 1998년 1월23일부터 59차례 북한을 방문해 370일간 머물며 새로운 옥수수 육종 12개를 선발했다. “저라고 서슬 퍼런 공산주의가 무섭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북한에 갈 때마다 마주쳤던, 굶주린 주민들이 눈에 밟혀 연구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어요. 국제열대농업연구소(IITA) 초청으로 아프리카 등 공산국가에서 일했던 경험을 되살리며 마음을 다잡았죠.”

김 이사장은 정권이 바뀌고 남북이 화해를 위한 발걸음을 딛는 지금이야말로 학생들이 남북통일을 위해 꿈을 키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를 다녀보면 어디에도 남북처럼 대립하고 있는 나라가 없어요. 아직도 북한에선 비슷한 또래의 동포들이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고요. 통일된 한국에서 모든 이들이 먹을 것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려면 나이 어린 중학생들도 어떻게 국가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옥수수로 북한을 잘 사는 나라로 만들 자신이 있었어요. 여러분의 ‘옥수수’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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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권 이사장은… 일명 ‘옥수수 박사’로 불리는 김 이사장은 경주 양남중학교, 울산농업고등학교, 경북대 농학과를 졸업한 후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에 근무했다. 1971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다음 해 미국 유학 장학생으로 선발돼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옥수수 내병성 육종에 관한 연구’로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한동대학교 국제개발협력대학원(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농업부문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국제농업연구대상을 국제열대농업연구소(IITA)와 함께 수상했다. 지구촌의 기아 해결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에 4번, 노벨생리의학상에 3번 후보로 올랐다.

 

[글쓴이] 지민 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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