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정보 | 진로명저 - ‘학교를 꼭 다녀야 하나요?’도발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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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작성일18-03-08 11:24 조회2,453회 댓글0건본문
“이제 위대한 기업에게 배우는 성공은 지겹지 않나요?”
모두가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기업의 혁신을 배우려고 할 때 해적, 해커, 갱단, 거리 예술가, 사회 운동가 등 비주류 경제권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주목한 사람이 있습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이자 다보스포럼이 ‘최고의 비즈니스북’ 중 하나로 꼽은 책 《또라이들의 시대(The Misfit Economy·2015)》의 저자 알렉사 클레이와 키라 마야 필립스는 이 책에서 말 그대로 가지각색 ‘또라이들’의 생존방식을 소개합니다.
‘번역서 제목에 또라이라니…’출판사 편집팀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 책 서두 일러두기를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Misfit Economy》로 뜻 그대로 번역하자면 ‘부적응자의 경제학’ 또는 ‘부적격자의 경제학’입니다.‘Misfit’은 ‘괴짜’ ‘비주류’ ‘아웃사이더’‘국외자’ ‘문제아’ 등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는 그럼에도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비속어 ‘또라이’를 선택한 이유로 이 책의 핵심 개념인 ‘Misfit’에 가장 잘 들어맞는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어의 ‘Misfit’이 원래는 부정적인 의미지만 이 책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재해석된 것처럼 ‘또라이’ 역시 자신에게 솔직하고,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상식을 의심하고, 신념을 지키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을 의미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사회에 얌전히 순응하는 대신 자기만의 기준을 따르고, 그에 따르는 리스크를 기꺼이 감내하려는 이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이 그 일부이기도 합니다. 세계를 뒤바꾼 이들 스타 기업가에게는 어느 정도 또라이 기질이 있었던 겁니다.
잡스는 회사 창립 때부터 기존 질서를 뒤엎는 전복정신을 강조했다. “스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만이 실제로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굴곡 많은 인생을 살아냈습니다.
난독증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학교를 뛰쳐나와 교회 지하실에 음반가게를 차린 브랜슨은 또 어떠한가요. 끝없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는 음반기획사를 세워 ‘섹스 피스톨즈’ 같은 펑크그룹을 영입해 대성공을 이룬 뒤 항공, 철도, 음료에 이어 최근 우주관광 사업까지 발 벗고 나섰습니다.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은 자신들의 독특한 경영방식을 ‘해커방식’이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해킹은 뭔가를 새롭게 만들고 가능성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며, 자신들은 언제가 개선될 여지가 있으며 완결된 것은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집필했습니다. 사회 혁신가들을 지원하는 글로벌단체 ‘아쇼카’에서 수석 디렉터로 일했던 알렉사 클레이와 하버드비즈니스 리뷰, 가디언 등 유명 매체에서 칼럼과 기사를 쓰고 있던 키라 마야 필립스가 그들입니다.
이들은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일하며 비주류 경제에 관심을 기울였고, 2012년부터 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5000건의 사례를 모았습니다.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올려 전세계 대중으로부터 3000만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전 세계를 돌며 ‘창조적 또라이’들을 취재하고 책을 집필했습니다. 이들이 책을 펴내게 된 방식 역시 ‘또라이’기질이 엿보입니다.
이 책에는 세상이 정해놓은 삶의 규칙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가는, 세상에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또라이’들의 수많은 예시가 나옵니다. 우연히 낙타까지 키우게 되면서 낙타유를 팔게 된 사업가의 이야기부터, 교도소 안에서 사업 아이템을 떠올린 죄수의 이야기,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해커들, 기존 기업들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지하경제 혁신가들의 이야기까지 세상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읽어 내려갈수록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또 저자는 “지금 잘나가는 조직들이 또라이들을 원한다고 이야기하며 일부 비주류가 아닌 주류 산업에서도 또라이들을 인재로 영입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합니다.
“형식 파괴 정신은 산업계에도 스며들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2년 6월 ‘괴짜를 찬양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성 조직 내에 해체의 욕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기업들이 점차 조직적 인간을 비조직적 인간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과거 균형잡힌 인간이 꿰차고 있던 고위직 자리를 파괴적 창업자, 괴짜, 창조가들이 물려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68~69p
또라이들은 당연해 보이는 모든 것에 도전하고 도발합니다. 도발은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무언가를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을 뜻하며, 사람들을 일깨워 다른 가능성에 이를 수 있도록 찔러 대고 재촉하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하워드 레인골드와 키오 스타크, 데일 스티븐스는 ‘도발’이라는 방식으로 교육의 변화를 촉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도그마와 고정 관념에 의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접근법을 탐구한다. 레인골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오늘 통하는 방식이 내일은 통하지 않아요. 우리 사회가 그 길을 찾으려면 창조적인 또라이들이 필요해요. 내일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들요.” -189p
근면성실과 솔선수범 가치가 미덕인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세상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을 개척하고 살아가는 비주류의 사람들을 저자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이들에게서 배울 점이 무엇인지 발로 뛰어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보따리를 우리에게 풀어놓았습니다. 때론 ‘위법과 편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사례도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간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삶의 방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또라이들은 다섯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핑계를 찾는 대신 방법을 찾는다는 뜻의 허슬(Hustle), 기존의 것에 덤벼들어 더 좋게 만드는 해킹(hacking), 브랜드나 상품을 도용하거나 복제하는 산자이(중국어: 山寨, 병음: shānzhài), 현실에서 벗어나 다른 무엇인가를 상상하도록 하는 도발, 주변인들을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방향 전환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저자는 이런 또라이들의 시대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니라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고 실제 상황임을 강조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삐딱한 비주류 아이디어가 주류 문화로 흘러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가 결론으로 언급한 내용으로 답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혁신이란 더 이상 첨단 IT 제품에서나 쓰이는 용어가 아니라 같은 행성에 사는 우리 인류의 심오한 욕구를 충족해 주기 위한 보편적 수단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지식을 ‘소비’하는 환경에 맞추기 위해 공부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자신의 열정과 지식을 직접 계발하는 것이 진짜 공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271~272p
[글쓴이] 김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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