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정보 | 미래톡톡 -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여행으로 추억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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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작성일18-03-14 15:29 조회2,527회 댓글0건본문
▶톡톡 상담: 안녕하세요. 중2 아들과 중1 딸을 둔 학부모입니다. 아마 모든 학부모가 그렇듯이 방학만 되면 걱정이 됩니다. 저희 학창 시절만 해도 학생들 스스로 방학을 보낸 것 같은데 요즘은 학부모가 하나에서 열까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계획들이 정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인가 자문해 보면 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진학을 위해 학원 보내고, 소문난 체험 코스를 예약하지만 아이가 보람된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자신도 없습니다. 부족한 과목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 방학 밖에 없다고 하지만 성적만 목표로 즐거운 방학을 보내는 것은 너무 아까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포기하자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요. 갈등만 계속 되네요. 아이들에게 즐거운 방학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공부도 중요하다고 하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꿈트리의 따뜻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톡톡 답변: 먼저 어머니에게‘힘들구나. 하지만 괜찮아’라는 말을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중학교 1학년 딸을 잘 키우고 싶은 어머니의 고운 마음과 안타까움. 대한민국 교육환경에서 볼 때 본격적으로 꽤 긴 세월동안 험난한 부모의 길을 가게 될 것에 대해 책임감과 불편함. 그래서 이제 첫 단추를 잘 채우고 싶은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싶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힘겨운 마음.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애쓰는 것이 부모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머니는 엄마노릇을 잘 하고 계신 것이라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그래야 먼 길 걸을 때 기운 잃지 않고 두 아이와 함께 걸어갈 수 있지 않겠어요?
또 감정은 전염된다는 것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머니께서 불안해하시면 그 감정이 그대로 자녀들에게 전달이 된답니다. 불안이 깊어지면 공격성이 나타나서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자신만의 동굴로 들어가거나 몸에 통증을 느끼는 현상이 일어난답니다. 아마 방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녀들과 갈등을 느끼고 계신 것도 그런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어머니께 먼저 질문을 드릴게요. 어머니는 자녀가 성공하기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행복하기를 원하시나요? 언뜻 생각하기에는 같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잘 생각하면 행복이 더 범위가 넓은 말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성공은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어서 좋긴 하지만 그것에 매달려서 살게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자녀를 행복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 방학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여행을 권합니다. 학생들과 상담을 할 때 ‘문장완성검사’라는 검사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검사 문항 중에 ‘어렸을 때 좋았던 기억’에 대해 쓰는 부분이 있는데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가족과 여행을 간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적습니다. 기간과 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그냥 가족과 함께 가서 이야기하고 밥 먹고 걸었던 것이 좋았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는 요소를 살펴보면 ‘수다 떨기’, ‘걷기’, ‘편안한 사람과 함께 있기’, ‘맛난 음식 먹기’,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기’ 등이라고 합니다. 공부를 비롯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길에서 해야 할 일들은 정신적 에너지가 필요한데요. 추억은 인생에서 정신적 에너지를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은 앞을 향해 훨씬 더 편안하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들과 딸에게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이 살아가는 나날 속에 가장 강력한 선물을 주시는 것이 될 것입니다.
여행을 가실 때 몇 가지 고려할 사항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우선 인위적인 볼거리가 있는 곳은 가능하면 피하시기 바랍니다. 볼거리 때문에 어떤 결과물이 있어야 가치가 있다는 무거운 마음을 자녀에게 심어줄 수 있고, 무엇인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보여주고 설명을 해야 한다고 부담감을 느끼면서 부모의 책임감이 강화되어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음식도 가능하면 소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십시오. 음식에 마음을 빼앗기면 같이 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여행 도중 대화를 나눌 때는 가능하면 자녀보다 부모가 뒤에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주시고 대답을 할 때도 분석하거나 비판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십시오. 그리고 자녀들에게 역할과 책임도 맡겨주십시오. 이 모든 것은 가능한 천천히, 느리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자녀들은 여행이 ‘일’이나 ‘행사’가 아니라 ‘주체적인 누림’이라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자신이 만나게 될 세상을 누리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또 가끔은 아들이나 딸 중 한 사람과 여행을 가는 것도 권합니다. 여행이 어려우면 반나절 외출이라도 한 달에 한 두 번씩 규칙적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녀들이 ‘오늘은 왜 저 혼자에요?’라고 질문하면 ‘오늘은 그냥 우리 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라고 대답을 해 주십시오. 그렇게 혼자 대접을 받은 자녀들은 자존감이 무척 올라갑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 이후에 다른 형제들에 대한 배려심이 깊어집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남매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로 성장한다면 그것은 어머니에게 가장 강력한 아군이 되겠지요.
부모의 역할은 처음에는 자신이 직접 세상을 가르쳐주는 것이지만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세상과 아이를 만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조금 슬프긴 하지만, 아이를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일을 해야겠지요. 지금 어머니는 아이를 세상과 만나게 해주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를 잘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과 자녀를 내 품에서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내면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코스를 밟아야하는지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심리적 이유가 이런 저런 선택을 망설이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그러시다면 그것은 제 2의 산고를 겪고 계시는 것이고 어머니께서 더 큰 어머니로 성장하고 있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녀를 세상에게 부탁해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라 받아들이시고, 한 인간으로서 어머니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문경보 문청소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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