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정보 | 미래의 직업 - “속도 보다 방향” 내 미래를 좌우할 현명한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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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작성일18-01-09 15:47 조회2,305회 댓글0건본문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했을 때, 한 가지 측면보다는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번개’가 치면 누군가는 ‘제우스의 분노’라며 신화적 시각에서 바라볼 것입니다. 누군가는 연을 띄워 번개가 전기인 것을 규명한 벤자민 프랭클린을 떠올리겠죠. 과학적 접근입니다. 누군가는 번개에 맞아서 사람이 죽을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계산에 몰두하며 수학적 접근법을 보여줄 수도 있겠죠. 이처럼 인류는 번개라는 현상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법을 통해 풍부한 정보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유학기제 웹진 ‘꿈트리’는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라는 주제에 다각적인 접근법을 적용해 봤습니다. 취업의 시각, 자영업의 시각, 창업의 시각으로 나눠 살펴보았죠. 각각은 다시 민간부문, 공공부문, 일반 자영업, 전문직 자영업, 저출산 고령화, 프리랜서, 기본소득, 메이커 운동, 1인기업 등의 시각으로 더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살펴보는 과정에서, 결론적으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에 직면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20세기까지 유지돼 온 직업세계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복습할 겸 요약해서 한 번 떠올려볼까요?
양질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믿어왔던 대기업 일자리가 매우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우리는 다양한 근거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빠른 물고기가 큰 물고기를 잡아먹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대기업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 세계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습니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형편은 그나마 민간부문보다는 낫겠지만 문제는 이 부문의 일자리는 ‘혁신’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적성, 재능, 소질을 극대화시키는 일자리와도 거리가 있죠. 공공부문 일자리만 많이 늘어날 경우 나라살림이 둔하고 비효율적인 ‘하마’가 돼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확률이 커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미래 인류를 이끌 혁신적인 기술과 시스템이 안착되지 못하면 변화를 선도하는 선진국 대열에서 이탈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초강대국 미국에서조차 팽배해 있으니 다른 나라들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래서인지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인사 비전에서는 유독 ‘혁신’이 매우 강조됐습니다. ‘정년보장’, ‘철밥통’ 등 기존 공무원 이미지는 잊어달라면서 말이죠.
자영업 분야도 전망이 어둡긴 마찬가지였죠. ‘저출산 고령화’ 흐름으로 2050년쯤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약 3500만명으로 쪼그라들 전망입니다.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고령인구이고, 이에 따라 정부의 의료복지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사회에서 일반 자영업이 활성화돼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죠. 의사, 변호사, 교사, 회계사 등 전문직 자영업은 4차 산업혁명의 진척에 따라 일자리 감소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동화, 기계화로 대표되는 과거의 산업혁명이 노동자 계급(블루 칼라)의 일자리를 많이 빼앗았다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사무관리직 계급(화이트 칼라)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취업과 자영업 분야의 일자리 전망이 무척 암울합니다. 이 두 분야는 근대 이래로 국가 재정과 가정의 살림, 개인의 소득을 지탱한 든든한 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 뿌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다수의 경제학자, 미래학자들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낙오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화돼 나라간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란 암울한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래 변화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전통적인 기술 강국인 독일과 일본, 전략적 창업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미국과 경쟁에 나선 중국 등은 21세기에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며 여전히 경쟁력 있는 국가로 존속될 가능성이 크겠죠. 하지만 저성장, 고령화 등 다양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대한민국의 경우 ‘기본소득’ 제도 도입조차 쉽지 않을 만큼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많은 학자들의 우려입니다.
이러한 우려와 난관을 돌파하려면 국가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창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해법입니다.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메이커들이 자유롭게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을 만들어내고 협업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e랜서들과 1인기업들이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정부가 현재 이런 방향으로 국가 시스템을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해결돼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성적과 경쟁위주의 교육풍토, 공무원 및 대기업 중심의 일자리 문화, 창업과 중소기업에 불리한 사회경제 시스템 등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은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내 미래를 좌우할 현명한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요? 현재 포착되는 분위기는 부족한 일자리나마 어떻게든 뚫어보기 위해 대기업 입사,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하는 흐름인 것 같습니다. 경쟁률이 아무리 높아도 ‘나만은 예외일 거야’란 믿음을 갖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몰두하는 것이죠. 이는 졸업 무렵 인생에서 처음 겪는 난관은 아닙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대학입시라는 관문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들이니까요. 중·고교 때 익숙한 경쟁이 대학졸업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쟁률이 높다는 것은 다수의 많은 이들이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외면하고 싶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이죠.
그렇다고 젊은이들에게 ‘창업에 뛰어들라’고 무턱대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해결책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방향이 유망한 것과 실행에 뛰어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이니까요. 적어도 현재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에서 창업은 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선택지입니다. 창업은 많은 시간과 노력, 조건들이 잘 갖춰졌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많은 분들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창업에 나섰다가 빚더미에 올라섰다는 후회 섞인 경험담을 내놓습니다. 이런 경험담은 다시 취업준비생들에게 ‘그래,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야!’라는 확신으로 연결돼 ‘취업시험’이라는 확률 낮은 전투에 더 많은 젊은이들이 뛰어들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 봅니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요? ‘내 미래를 좌우할 현명한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요? 고배를 마실 확률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생에 정답이 없듯, 이 문제에도 정답이 있진 않을 겁니다. 다만 관점과 지혜가 담긴 의견은 있을 수 있겠죠. 정답과 모범답안이 아닌, 경청할 만한 의견임을 전제로, 몇몇 관점을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은 사회심리학자인 허태균 고려대 교수님의 의견을 들어보실까요? 허 교수님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력이 너무 과했던 건 아닐까’라는 의문을 던집니다. 좀 어려운 말로는 ‘인고의 착각’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 받을 거야’란 착각입니다. 어디로 달리는 것인지 ‘방향’은 확인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옆 사람보다 빨리 달리려는 ‘속도’에만 집중할 경우 전혀 원하지 않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며 인고의 세월을 견뎠는데, 눈앞에 갑자기 절벽이 턱 나타나버린 상황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허 교수님은 그러면서 말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모두가 한 곳만 바라보고 뛰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열심히 하되 뭘 하는지 알아야 하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를 때는 충전을 위해 놀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이 변했다. 놀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가치, 나만의 이유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은 다양한 경험, 체험을 통해 빛을 발할 수 있다.”
열심히 달리돼 가끔씩 고개를 들고 방향을 확인해 달라는 주문입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방향을 확인했는데 방향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다시 고개 숙이고 달리기보다 차라리 멈추고 놀라는 주문입니다. 놀면서 이것저것 관심이 가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경험하는 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애정 어린 충고입니다.
사실 ‘취업이 더 낫다, 자영업이 더 낫다, 창업이 더 낫다’ 는 식의 이야기들은 약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재능, 적성, 소질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활동적이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이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서류 작업만 한다면, 그 직업이 아무리 조건이 좋은들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런 사례는 이미 꿈트리 ‘자기주도진로’ 코너에서 많이 소개됐습니다. 소개되지 않은 많은 사례, 일상 주변에서 우리는 자신의 재능과 적성을 살리지 못해 괴로워하는 이들을 너무나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코딩이 필수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코딩에는 재능과 적성이 별로인 친구가 코딩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해서‘평생 몰두할 업’으로 삼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에게 비교당하면서 평생 열패감을 지니며 살 수도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살아야 하는 문제는 또 덤으로 남겠죠.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됩니다.
‘유엔미래보고서’로 출판계에서 ‘대박(?)’을 터뜨린 박영숙 미래학자는 미래의 교육환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망합니다.
“교육계에 천지개벽이 온다. 시험, 교과서, 학사일정 이런 게 모두 사라질 거다. 왜냐하면 집단지성, 적시학습, 개별화 교육이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우면서 열심히 공부만 하는 아이는 망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암기가 쓸모없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놀러가고, 집에선 공부하는 시대가 곧 온다. 이런 시대에는 일자리가 아니라 계속 일거리가 있는 사람이 최종 승자다.”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에 주목하라는 주문입니다. 대기업이나 공무원처럼 직장을 목표로 잡지 말고 자신이 잘 몰두할 수 있는 분야의 일거리를 끊임없이 찾고, 연결시키고, 발전시키라는 충고입니다. 왜냐하면 정년과 은퇴가 무의미한, 1인 다직종 시대가 이미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대에 적합한 삶의 자세는 ‘자기주도 평생학습자’라고 고려대 의대 이영미 교수는 한 칼럼에서 요약한 바 있습니다.
끝으로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아주대 교수의 관점을 소개하며 ‘미래 직업세계의 변화’ 시리즈를 마칠까 합니다.
“어떤 일을 오래 하려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야 합니다. 심리학 용어로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가 중요한 것이죠. 창의성(생각의 전환)은 무언가를 오래 붙들고 있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끊고, 쉬고, 포기하고, 머리를 식힐 때 생깁니다. 관점과 마음이 바뀌어서 새로운 깨달음에 도달할 때 사람은 행복을 느낍니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쓴이] 최중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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