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자원봉사] 세 명의 청소년이 희망으로 물들인 에콰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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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훈 작성일17-07-11 18:53 조회1,231회 댓글0건본문
작년에 아빠로부터 예전 아프가니스탄과 베트남에서 국가 재건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던 경험에 대해 듣게 되었다.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하실 때 안전상의 이유와 변화 된 환경에 적응하는 문제 등 힘든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반대로 매우 기쁘게 일을 하셨다는 상반된 대답을 듣고 나는 진지하게 이유를 다시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아빠는 “우리나라가 전쟁 직후 폐허가 되어 매우 어려웠을 때 다시 재건할 수 있게 조건 없이 도와준 많은 나라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그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기에 현재의 발전을 이루게 되었으니, 기회가 되면 도움을 원하는 나라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참 행복했다” 고 대답해 주셨다.
그때 나는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졌었고 그런 멋진 생각을 직접 실천하신 아빠가 참으로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몇 달 후 아빠의 마음 따뜻한 이야기와 3년 전부터 후원하고 있는 잠비아의 ‘콘디숄라’ 라는 친구이야기를 통해 환경은 다르지만 함께 꿈꾸는 세상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고, 뜻하지 않게 좋은 상을 받게 되어 올해 2월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비행기를 타고 일주일동안 미얀마로 해외 연수를 가게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여러 체험과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고 함께 참여한 중·고등학생 형 누나들의 봉사이야기와 동아리 활동에 대해서도 듣게 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가족들과 휴양지로 여행을 다녔던 나는 미얀마에 가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 세상에 힘든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많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부병 때문에 얼굴에 하얀 약을 많이 바른 유치원 아이들에게 처음엔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지만 함께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는 사이 어느새 친해졌고, 함께 만든 떡국과 꿀떡을 나눠먹을 땐 아이들은 활짝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함께 나누는 기쁨이 참 크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즈음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들었던 내 마음이 추운 겨울을 지나 봄 햇살처럼 따뜻하게 바뀌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얀마를 다녀온 후 이미 나는 많이 변해있었다.
그 후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봉사에 대해 알아보던 중 GYSD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고, 스스로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자율적인 봉사라는 점에 마음이 강하게 끌렸다.
경험이 없어 어떤 봉사활동을 해야 할까 막연해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을 때, 일본과 에콰도르에 연이어 지진이 발생하였고, 여러 매체에서 두 나라의 지진 피해를 다룬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그 중 길버트 에콰도르 대사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이것이 봉사활동의 방향을 정하게 되는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
‘에콰도르는 한국전쟁 직후 많은 사람들이 기근에 시달릴 때 쌀을 원조한 국가로 지금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에콰도르를 위해 한국 시민들의 구호의 손길을 간절히 원한다‘ 는 길버트 대사의 호소가 아빠가 해주셨던 과거 우리나라 원조 이야기와 오버랩이 되면서 에콰도르를 위해 지진구호 캠페인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
초등 1학년부터 축구와 농구를 함께 해왔고, 4월 달에는 교내 과학탐구 토론대회에도 참여하여 같이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느꼈던 형민이와 지호에게 에콰도르 지진 캠페인 봉사활동에 같이 참여하자고 제안을 했고, 나의 마음을 잘 아는 형민이와 지호는 기꺼이 동참해 주었다.
희망의 초록 물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모이면 큰 물줄기가 이루어져 세상이 변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린드롭이란 팀명도 정하고, 팀명처럼 처음엔 작지만 그 작은 힘이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내가 다니는 학교와 송파구를 중심으로 에콰도르 지진 구호 캠페인을 전개해 나갔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에콰도르에 대해 알아보고 지진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불의 고리는 무엇이지도 직접 찾아보면서 우리 셋은 봉사 이전보다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고, 학급 친구들이 지진구호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게 지진에 대한 사전 조사 자료와 더불어 지진피해 규모와 구호방법을 담은 PPT도 준비하여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발표함으로써 우리의 캠페인 의도를 설명했다.
또한 에콰도르 국기를 형상화하여 구호품을 담을 수 있는 희망 주머니를 만들었다.
이 희망주머니를 교실 안에 비치하여 구호품을 접수받은 후 판매가격을 책정하고 송파구 지역 내 석촌호수 플리마켓과 성내천 플리마켓에 참여하여 구호품을 판매하였다.
플리마켓에서 봉사 의도를 친절히 설명하고 지진 구호 참여를 호소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물품구매와 상관없이 기부금을 내주기도 하고, 우리가 쓴 지진 구호 호소의 글을 읽고 ‘어른들이 6.25 때 진 빚을 대신 아이들이 대신 갚는다’ 며 우리의 봉사활동을 칭찬해 주시는 어르신들이 여럿 계셨다.
그리고 판매를 직접해보니 돈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게 되어 새삼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깊이 느끼게 되었다.
좋은 생각이 있어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몇 달 전과 달리 지금은 생각한 것을 행동하면 힘든 만큼 즐거운 경험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내가 그린 그림 중 10점을 골라 엽서를 만들었다.
플리마켓에서는 엽서를 판매하여 수익금을 모으는데 사용하였고, 학급에서는 친구들이 에콰도르 시민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 엽서를 제공하였다.
내가 그린 그림이 엽서가 되어 의미 있게 사용되고, 가격이 매겨져 판매로 수익금이 발생하니 나의 재능을 좋은 일에 사용한 것 같아 매우 기쁘고 뿌듯했다.
신척역 주변과 아파트 단지 내 가두 캠페인을 할 때 친구 지원이가 스스로 동참한다고 했을 때는 우리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들었고, 캠페인 전단지를 받은 시민들이 아이들이 열심히 하니 전단지를 함부로 버릴 수가 없다고 내용을 꼼꼼히 살피시는 모습을 통해 큰 보람을 느꼈다.
플리마켓 수익금과 주변 사람들의 자발적인 기부금이 모여지고, 친구들이 에콰도르 시민들에게 쓴 편지들이 모여졌을 때, 이것을 어떻게 에콰도르 지진 구호를 위해 사용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다가 맨 처음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해준 길버트 에콰도르 대사님을 생각해냈다.
에콰도르 대사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가 하고 있는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그동안 모은 구호 성금 525000원과 학교 친구들이 에콰도르를 위해 쓴 편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2~3일이 지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기쁜 전화를 받게 되었다.
5월 25일 학교 수업이 끝나고 우리 셋과 엄마는 종각에 위치한 대사관에 방문하였다.
인터넷 기사에서 보았던 길버트 대사님을 직접 만나게 되니 정말 얼떨떨하고 기분이 완전 업 되어 그때 우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대사님은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음을 여러 번 얘기해 주셨고, 한국 내 도네에션 된 총 금액을 알려주시며 우리의 기부 또한 큰 도움이 되었다고 격려해주셨다.
친구들의 희망편지를 너무도 소중한 보물처럼 여기시던 길버트 대사님은 에콰도르 본국으로 친구들의 편지를 보내서 희망의 메시지를 꼭 전달하시겠다고 약속하시며 우리들 가슴에 에콰도르 국기와 태극기가 교차된 뱃지를 달아주셨다. 순간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큰 감동이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나와 형민이 지호는 봉사활동하기를 참 잘한 것 같다며 서로 칭찬하고 격려했다. 좋은 것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어 너무 든든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고, 나도 꽤 괜찮은 사람으로 느껴져 나에 대한 자긍심도 한층 높아졌다.
5월 29일 햇살이 유난히 따가웠던 날, 우리는 성내천 플리마켓에서 추가로 모아진 구호 물품과 지난번 판매 후 남은 물품을 최선을 다해 판매하고 전단지도 열심히 돌리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발생한 수익금 5만원을 월드비젼에 전달하는 것으로 우리의 에콰도르 지진 구호 캠페인의 활동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봉사활동 기간 중 그림그리기 대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소원을 말해봐’ 라는 초등부 주제를 두고 나는 ‘태극 드론아 에콰도르를 구해줘’ 라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때 진짜 내 소원은 에콰도르에 빨리 구호의 손길이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주제 선정에 대해 조금도 주저할 필요가 없었고 그런 생각들을 그림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에콰도르에 대한 그림은 나에게 큰상을 안겨주었다.
또한 6월에 열린 교내 영어말하기 대회에서는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느낀 ‘나눔의 행복’에 대해 나의 생각을 분명하게 발표하여 상과 함께 진정성도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친구들에게 인정받게 되었다.
상을 받아 기뻤던 것도 있지만 이번에 내가 많이 행복했던 이유는 내가 스스로 봉사활동을 찾아내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만들어낸 나만의 결과물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것이라는 자부심이 들었고, 머릿속 생각이 행동과 만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처음 느껴본 뿌듯한 기분 때문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스토리가 생기니 그 스토리가 발전되어 그림으로, 영어말하기로 확장되는 것을 경험해보면서 봉사가 단순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힘든 사람들을 돕는 일이 아니라 나를 제일 이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가려면 봉사활동 점수를 채워야 하고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형이나 누나가 있는 친구들이 가끔 나에게 말해줬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대학에 가기 위해 마음이 없이 억지로 하는 봉사는 바람직한 봉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봉사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행복함과 즐거움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시간만 채우고 기록만을 위한 봉사를 하게 된다면 남을 위한 배려심이나 이타심이 생기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고 성취의 감동도 느껴볼 수 없다.
봉사를 통해 함께 사는 공동체 의식이나 시민의식도 느껴보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것이고 그런 어른들이 주류가 되는 세상살이는 더욱 삭막하고 힘겨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음이 담긴 진짜 봉사를 어려서부터 실천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좀 더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 저편에 있는 에콰도르라는 나라는 이번 봉사활동 이전엔 관심도 없었고 알 필요도 없는 많고 많은 나라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봉사활동이 끝난 이후엔 에콰도르는 그린드롭 3명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느껴진다.
셋이 꼭 한번 여행을 가보고 싶고 나라가 되었고 기회가 되면 그 나라 언어인 스페인어도 배워보고 싶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에콰도르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지만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생각보다 쉽게 연결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와 친구들의 구호활동이 에콰도르에 크고 작게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제 전 세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커다란 하나의 유기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친구들과 처음해본 자발적인 봉사활동이었기에 끝난 후에 더 많은 생각과 여운이 남는다. 지난 5월은 에콰도르에 완전히 몰입해 살았던 한 달이었다. 아마 어른이 되어도 이 기억은 매우 선명하게 남을 듯하다.
처음이었기에 발생했던 시행착오들을 되짚어 또 다른 도전과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
13살에 이런 행복한 경험을 하기 된 나와 친구 형민이 지호는 행복한 사람이다.
앞으로 우리가 33살 어른이 되어도 , 73살 할아버지가 되어도 우리는 계속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변화하는 행복한 사람이길 바란다.
- 서울청소년활동진흥센터 2016 GYSD 봉사활동 수기 _ 그린드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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